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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20. 2016

의사 며느리, 회사원 아들, 그 아버지

윤소평변호사

의사 며느리와 아들의 이혼과정을 지켜보는 어느 아버지의 하소연입니다

나는 비록 아들에게 부유하게는 해 주지 못 했지만, 신앙생활을 하면서 아들이 신실하고 성실한 남자로 성장하기를 기도했고, 아들은 기대에 부응하여 어려운 취업난에도 2011.경 H사에 입사하였다. 입사합격 소식이 들던 날 나는 마음으로 울었다. 아들이 대견했다.


아들은 내게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수줍게 고백한 후 장래 며느리가 될 여성을 내게 소개해 주었다. 하는 일이 의사라고 했다. 나는 장래 며느리가 의사라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달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들이 처지는 것 같기도 해서 염려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2014. 9.경 아들의 결혼식을 지켜보았다. 장래 며느리는 그날로 며느리가 되었다. 


아들은 신혼 초기에 회사의 파견근무 명령을 거스를 수 없어 해외로 파견을 나가게 되었다. 파견기간이 1년 2개월이나 되었고, 그 기간 중에 손자가 태어났다. 나는 아들과 며느리가 신혼 초기부터 떨어져 지냈지만, 아들도 출산하고 하길래 잘 지내는 것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며느리가 아들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고 아들이 어렵사리 내게 고백했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라며 나는 무언가 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연히 아들의 해외 파견근무 기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라고 추측도 해 보았다. 


나는 아들이 혼인식을 올릴 때 현금여유가 없어서 나중에 1억원을 주기로 아들과 며느리에게 약속을 한 사실이 있고, 실제 2015.경에는 1억원을 주었다. 신접살림을 차리는데, 아들과 며느리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 주지 못 한 미안한 마음에서 열심히 준비한 것이었다. 


아들이 받은 이혼소장이라는 것을 읽어보니, 내가 주기로 한 1억원도 늦게 주고, 아들의 급여도 내가 관리하는 등 시부모가 아들과 며느리의 결혼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소리인지 의문이 들었고, 당장이라도 며느리에게 확인을 해 보고 싶었다. 


나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부모라도 여유가 있다면 억만금이라도 자식에게 내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갑작스럽게 결혼을 하다 보니 내게도 자금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였던 것인데, 마치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아니한 것처럼 며느리가 말을 하다니 울화가 치밀었다.


나는 며느리가 바쁘기 때문에 따뜻한 밥 한끼를 대접받아 본 적이 없다. 손자가 100일이 되던 날, 며느리를 찾았으나 며느리가 달가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뭐라 딱히 내게 말을 건네지도 않았다. 그 때는 '손자보러 온 것이지 며느리한테 대접받으러 온 것은 아니니까'라며 넘겼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며느리가 아들에 대해 이혼생각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그런 며느리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들은 전에 없이 술을 자주 마시고 있다. 곰곰히 들어보니 아들이 며느리는 물론, 처가로부터 괄시를 많이 받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해외 파견근무 등으로 인해서 나는 아들이 겪고 있는 결혼생활에 대해 잘 알 수가 없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이혼소송에서 손자녀석의 양육권에 대해 다투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곧 퇴직한다. 그래서, 손자를 내가 키우겠노라 아들에게 얘기했다. 


아들의 혼인생활 1년 7개월 중 실제 혼인기간은 반년도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 짧게 결혼이 끝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의사 며느리를 두게 되면서 눈치보고 감내하던 세월도 이제 끝났다. 돌이켜 보면, 나 자신이 부끄럽다. 그토록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내게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니까. 


소송은 생각보다 길게 진행되고 있고 있지만, 아들이 힘들어하는 시간이 짧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fhqgCCMFWM

https://www.youtube.com/watch?v=mVjlDsLHzFY

https://www.youtube.com/watch?v=iFbgEZuxC9M

https://www.youtube.com/watch?v=TKIDAei-kII

https://www.youtube.com/watch?v=fn4Oh13tuLE

우리는 성년으로 인정되는 나이를 먹게 되면 성년이 자연스레 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년에 이르는 것과 성숙해 지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기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들은, 부모님이나 자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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