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법률가의 글쓰기와 일반적 글쓰기의 차이는 크게 형식적인 면과 내용적(실체적)인 면으로 구별해 볼 수 있겠다.
# 형식적 측면
1. 어순
일반적 글쓰기는 특별히 어순에 관한 제한이 없다. 그러나, 법률가의 글쓰기는 통상 어순이 정해져 있는데, 대다수의 법률가들은 이러한 어순을 준수하려고 노력한다. 가령, 민사소송에서 법률가의 글은, 주어-일시-상대방-목적어-행위 순으로 기술하고, 형사소송에서는 주어(공범)-일시-장소-동기-객체-수단과 방법-행위 순으로 기술한다.
일반적 글쓰기는 도치를 하거나, 어순의 변화를 줌으로써 리듬감을 도모하고 시적 허용 내지 문학적 허용을 통해 문법에 맞지 않은 표현을 사용해도 된다.
2. 법률용어로 매듭
일반적 글쓰기는 반드시 서술어로 매듭을 짓지 않아도 되지만, 법률가의 글쓰기는 가급적 법률용어로 문장을 끝맺어야 한다. 가령, '대여하였다', '강간하였다'는 등의 법률용어로 매듭짓도록 학습받았다.
3. 시점
일반적 글쓰기의 시점은 1인칭, 3인칭 등 다양한 시점에서 기술할 수 있지만, 법률가의 글쓰기는 3인칭으로만 하여야 한다. 가령, '원고는 ~~~했습니다', '피고인은 ~~~했습니다'.
# 내용적(실체적) 측면
1. 독자의 제한
일반적 글쓰기는 '취향저격'이 아닌 이상 독자의 범위가 제한적이지 않지만, 법률가의 글쓰기는 상대방이 정해져 있다. 통상 법률가 글의 독자는 판사이고, 상대방, 검사, 의뢰인 등 이해당사자이다.
2. 증거에 근거
일반적 글쓰기는 느낌, 생각, 감정 등을 자유롭게 기술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토과정이 없지만, 법률가의 글쓰기는 증거에 입각해야 한다. 법률가가 증거없이 쓴 글은 '에세이'에 불과해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
3. 법률에 근거
일반적 글쓰기는 형식, 근거 등에 있어서 구애받을 일이 없고, 오로지 작자의 사상의 흐름에 따라 작성하면 되지만, 법률가의 글쓰기는 법률에 근거하여 작성하여야 한다. 법률이 없는 경우에는 최소한 상식과 경험법칙에 입각해서라도 글을 써야 한다.
4. 책임의 유무
일반적 글쓰기가 독자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 글이 제한적인 독자층이나 일정한 목적을 두고 작성된 경우에 반박의 꺼리는 될 수 있어도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다만, 명예훼손, 모욕적인 글은 제외).
그러나, 법률가의 글쓰기는 한번 기술되면 번복이 쉽지 않다. 특정 기술이 확실히 착오에 의한 것이고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입증해야 번복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번복한 경우에는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법률가의 글쓰기에는 법적 책임이 따른다.
5. 결과에 대해
일반적 글쓰기의 결과는 많이 읽히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 두 가지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법률가의 글쓰기는 승패가 정해진다. 결과에 있어서 명확한 결론이 매겨지게 된다. 혹독하지 않을 수 없다.
글쓰기에 정해진 룰같은 것은 없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영역에서의 글쓰기에는 규칙이 존재한다. 법률가의 글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제한된 규칙 내에서 창작의 자유를 실현해야 한다고 할까. 아무튼 같은 글을 쓰더라도 법률문서작성에는 무거움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