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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24. 2016

소송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윤소평변호사

소송, 재판이라고 하는 것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소송절차는 소장제출-답변서 제출-준비서면 제출-반박 준비서면 제출-재반박 준비서면 제출-재재반박준비서면제출-변론종결(결심)-판결선고의 절차로 이루어진다. 사안에 따라 쌍방의 공방이 심할 경우에는 재판기간은 길어질 수 있고, 증거의 유형에 따라 증거심리절차가 중간에 개입된다.


소송절차에 관여하는 사람으로는 크게 판사, 원고, 피고, 증인, 감정인 등이 있다. 판사는 쌍방 주장을 중립적인 위치에서 판단하는 사람이고, 원고는 어떠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 피고는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증인이나 감정인 등은 어떤 사실에 있어서 제한된 진술을 하는 사람이다.


소송이 왜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하느냐면, 소장을 적으면 우리 주장이 맞는것 같다는 생각에 빠진다. 그런데, 상대방의 답변서를 받아보면 우리 주장이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상대방의 주장과 입장도 이해가 되는 면이 있다. 이 시점에서는 판사나 양쪽 변호사들도 어느 정도 혼란을 겪는다.


최초 공격과 방어가 한 차례 이루어지고 나면, 판사, 원고, 피고가 모여서 해당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주장하려고 하는 사실에 대해 증거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정리하는 절차를 가진다. 이를 변론준비절차라고 하고, 쟁점정리기간으로 보면 된다.


이후 쌍방은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고, 그에 대한 반대증거도 제출한다. 더욱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법리주장, 사실주장, 증거 등을 추가로 제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상대방 주장에 대한 믿음과 우리 주장도 전부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은 사그러들지 않는다. 다만, 최초 공방처럼 크게 흔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판단에 혼란을 겪을 뿐이다. 즉, 혼란을 겪는 정도의 차이가 크게 감소한다.


어느 정도 공방이 이루어지면 중요한 사실과 요건은 좁혀진다. 그리고, 증인신문 등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누가 사실에 입각해 주장을 하고 있는지 가려낸다. 증인은 참으로 요긴하면서도 얄밉다. 우리쪽에 유리한 증언을 하는 증인은 예뻐보이지만, 상대쪽에 유리한 증언을 하는 증인은 얄밉다. 그리고, 그 증인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만들어야 한다. 특히, 판사로 하여금.




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 'a civil action'을 보면, 증인에 대한 변호사의 처세에 대해 잘 요약된 대사가 나온다. '불리한 증인은 말을 많이 하게 해서는 안되고, 유리한 증인은 말을 많이 하게 해야 한다'.


불리한 증인이라 함은, 상대방에 우호적인 증인을 말하고, 유리한 증인이라 함은 우리에게 우호적인 증인을 말한다. 증인의 진술이 중요한 사건에서는 그간의 공방보다 단 한 차례의 증인의 진술이 재판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간혹 거짓진술, 즉, 위증을 하는 경우에는 위증죄로 고소까지 제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소송은 이처럼 엎치락 뒤치락 하는 여러 국면을 거쳐서 종국적인 결과가 난다. 그래서 생물과도 같다고 하는 것이다. 분명 진실은 하나이고, 사실도 하나이다. 하지만, 하나의 진실과 사실을 두고 원고와 피고는 극명하게 반대의 입장에 서 있다.


분명 누군가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둘 다 거짓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에는 하나의 사실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 '형편되면 갚아라'라는 말을 '안 갚아도 좋다'라고 오해했다면 분명 돈 빌린 사실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사실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구두로 한 합의는 그것을 적은 종이보다 가치가 없다'


소송은 이처럼 이해관계에서 벌어지는 것을 규칙과 심판을 정해 놓고, 사실을 가려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승소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정의는 아니다. 다만, 승소한 쪽의 주장이 사실이거나 사실에 더 가깝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해서 승소한 쪽은 정의이고, 도덕이며, 패소한 쪽은 불의이고, 부도덕한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그러한 개념의 것들을 가려내는 절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송은 그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는 절차이고, 결과가 나기까지는 생물처럼 유동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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