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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09. 2016

기본기와 필살기

윤소평변호사

아도~~겐! 오유~~~겐!


대전게임, 격투게임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트리트 파이터는 1990년 초반 많은 청소년을 게임중독에 빠뜨렸고, 부모님의 근심어린 애간장을 녹였던 게임이다. 자발적인 공부는 물론, 숙제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영어를 몰라도 'INSERT COIN'은 무슨 뜻인지 알았다.


숱한 용돈을 이 게임에 가져다 바쳤다

스트리트 파이터는 여러 시즌으로 게임이 업데이트가 되었고, 류, 켄, 춘리, 혼다, 바이슨, 달심 등 일본, 미국, 인도, 러시아 등 각국을 대표하는 무술을 대전하는 게임으로, 나중에는 스토리가 입혀지면서 공공의 적이 바이슨으로 설정되어, 세계정복을 막기 위해 각각의 캐릭터가 콜라보를 펼치는 등 영화와 만화 등으로도 영역이 넓혀졌다.


이 게임은 스틱과 6개의 버튼을 통해서 조작된다.

상단 3개는 팔을 작동하는 것인데, 데미지가 상, 중, 하로 되어 있고, 하단 3개는 다리를 작동하는 것인데, 데미지가 상, 중, 하로 되어 있다. 그야말로 각국 대표선수가 구현하는 무술의 기본기만을 시전할 수 있다. 기본기만 시전하면 폼이 살지 않고, 승률이 떨어진다.


그런데, 스틱을 반원모양으로 순방향과 역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팔, 다리 버튼과 조합하여 캐릭터를 움직일 경우에는 각국 대표가 지닌 무술의 필살기를 시전할 수 있다. 필살기가 상대 캐릭터에 적용될 경우에는 상당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무엇보다 화려하다. 동작에 불꽃이나 바람 등이 나타난다. 류, 켄이 사용하는 장풍도 매력의 한 요소이다.


하지만, 필살기의 문제점은 그 해당 기술이 상대에게 적용되지 않을 경우, 캐릭터가 다음 동작을 하는데 있어 체력회복을 위한 '렉'에 걸린다는 점이다. 이 틈에 상대가 역공을 펼칠 수가 있다. 화려함 뒤에 오는 수수함이랄까.


그에 반해 기본기는 재미도, 멋도 없지만 상대에게 약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고, 여러 차례 공격이 성공할 경우에는 상대가 머리에 '별'을 그리면서 '홀딩'된다. 잠깐의 '렉'에 걸려 상대는 꼼짝할 수 없게 된다. 이 틈을 이용해 필살기를 사용하면 그 공격이 제대로 먹히고 상대를 이길 수 있게 된다.





회사나 조직에 몸을 담게 되면 메인 부서에 배치되거나 남들 보기에 있어 보이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진다. 기본기를 익히고 닦는 것은 고루해 보인다. 필살기를 보여 주고 싶다.


내가 가진 능력은 지금 하고 있는 일보다 훨씬 뛰어난데, 허드렛일만 시키는 회사나 조직이 원망스럽다. 그리고, 직업도, 삶도 지루하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은 모든 직역에 통용되는 명제다. 그런데, 기본기는 화려하지 않고,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기본기를 건너뛰게 되면 개인은 물론 전체적인 조직운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남들에게 보여줄 필살기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기본기를 통해서는 자신을 드러내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림고수, 성공한 사람, 부자 등이 일러주는 가르침은 기본기이지 필살기가 아니다.


우리는 기본기를 익히고 닦는데 성실한가. 남들이 보기에 자신이 드러날 수 있는 화려한 필살기만을 고집하지는 않은가. 필살기가 필요한 순간을 위해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 화려한 필살기는 자신의 에너지는 물론, 실패할 경우에 되돌아 오는 후폭풍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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