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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16. 2016

설득의 하루

윤소평변호사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면 개인별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거울을 보면서 자신에게 말을 건넨다.

'어제는 별로 였지만, 오늘은 더 나아질거야'

이렇듯 하루가 자신을 위한 설득으로 시작된다. 하루, 24시간 동안 설득되지 않는 설득을 몇 번이나 반복할까.


운전하면서 하루 일과를 머릿 속에 그려보고 라디오를 통해 금리가 낮아지니, 주가가 빠졌느니 등의 경제뉴스를 듣다 신호에 걸려 정차 중에 차창을 내다보면 약간의 우울함이 밀려든다. 뉴스소식 때문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아이들도 어린이집, 유치원 갈 준비로 부산하고, 덩달아 할머니도 정신없이 바쁘다. 집사람도 직장갈 준비로 분주하고,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의 계획에 따라 잠에서 덜 깬 묵직한 몸을 강제로 움직인다. 그리고는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주고 받고는 동남북서로, 각자의 방향을 찾아 뿔뿔히 흩어진다. 


이렇게 몇 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몇 년을 이토록 살아가야 한다. 이런 상념에 빠지다 보면 출발신호가 눈에 들어온다. 중립에 놓였던 기어를 'N'에서 'D'로 급히 변경한 후 운전을 시작한다. 그리고는 '너무 우울해 하지마. 가족이 힘이 되잖아'라고 속으로 새긴다. 짧은 설득을 마감한다.


삶의 전장으로 들어서서는 나에 대한 설득이 아닌 타인에 대한 설득으로 바뀐다. 부하를, 동료를, 상사를, 거래처를, 의뢰인을. 설득해야 하는 대상이 같은 심정으로 '나'를 설득하기 위한 태세에 서서 나의 설득을 대할 것이다. 설득이 성공하면 밥벌이가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비난과 궁핍이 돌아오게 된다. 설득을 당할 수도 있다. 설득에 실패하고 설득을 당한 경우에는 최악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씁쓸한 외로움과 밤의 어두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스위트홈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있었던 몇가지의 행적을 각자에게 질문하고, 모두가 듣는다. '잘 했어. 고생했어' 이런 대답 이외에 다른 비난은 하지 않는다. 그럴 힘도 없다.


자리에 눕는다. 오늘 있었던 일들 중 지우고 싶은 일들만이 잠을 방해한다. 또, 설득한다. '내일은 더 낫겠지. 무슨 수가 있겠지'. 무슨 수를 고민하다 언제 잠에 들었는지 또다른 아침이다. 


'어제는 별로 였지만, 오늘은 더 나아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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