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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16. 2016

돈에는 '돈파리'가 꼬인다

윤소평변호사

환갑을 넘긴 재미교포 한 분이 2007.경 오랜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여생을 마치고자 했다.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할 당시 이 분이 가진 재산은 1,000억원이었다고 한다.


2010.경 의뢰인을 통해 이분을 알게 되었는데, 부동산, 주식 등이 아닌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1,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돈파리'들은 귀신같이 돈냄새를 맡고, 이분 주위에 꼬여 들었다. '돈파리'들이 이분에게 부동산재건축, 즉, 시행사업이 돈이 된다고 세뇌를 시켰고, 강북 어느 부위 상가 부지를 매입하도록 해서 지주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치루게 하였다. 아마 이분이 가진 현금의 절반 이상이 토지대금으로 지출되었다.


2008. 서브프라임을 겪게 된다. 이날 이후 PF, 브릿지론 같은 것은 금융기관의 기피대상이었고, 부동산 경기 역시 침체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분이 각 토지 매매계약상의 잔금을 다 치루면 토지라도 남을 수 있었을 것이나, 4여년간 시행사 설립비용, 운영비용 등 '돈파리'들의 먹이 비용으로 나머지 잔존 재산도 거의 지출된 상황이라 토지대금 중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넘겨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돈파리'들이 말했던 PF는 실행되지 않았다.


시행사업(Development)은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다. 시공사, 지주들, 분양회사, 금융기관, 신탁, 행정절차 등 복합적인 이해관계와 법률적인 문제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요소라도 태클이 걸리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실적없이 소요되고 만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 아직 익숙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 한 재미교포에게 '돈파리'들이 시행사업의 수익성만 되풀이해서 현혹을 시켰으니 이분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대부분의 재산을 표시도 없이 날리게 되었다.


1,000억원!


평생 벌어도 만져 볼 수 없는 천문학적인 돈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데, 그 어마어마한 돈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다 없어지다니 믿을 수가 없는 스토리였다. 어떻게 '돈파리'들은 돈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고 돈으로, 돈으로 꼬여들까. 이분의 잘못도 있을 것이다. 돈냄새를 풍겼을 수도 있고, '돈파리'의 말을 듣고 자체 검증을 하지 않은 잘못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돈파리'들은 비위를 잘 맞춘다. 소유자가 기분좋아 하는 말과 행동을 함으로써 자기 돈으로 '돈파리'에게서 아첨과 아부를 사도록 하는 것이다. 권력에 꼬여드는 파리떼의 현상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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