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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17. 2016

자녀 양육과 관련하여

윤소평변호사

아들녀석의 성화에 못 이겨 마트에서 햄스터 2마리, 바닥에 깔아줄 톱밥, 그리고, 물통, 미끄럼틀, 체바퀴가 있는 우리까지 구매했다.


총각시절 외로운 나머지 햄스터를 기른 적이 있었고, 그 햄스터가 놀라운 번식력을 보여주어 5마리까지 개체수를 늘린 적이 있다.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 이 많은 햄스터를 돌봐줄 겨를이 없어서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들과 딸은 하염없이 햄스터가 먹고, 자고, 노는 모습을 몇일씩 지켜보면서 즐거워했다.


나는 가끔 베란다를 통해서 사람들이 똑같은 구조물 속에서 다른 생각을 품고 사는 것이 신기하고, 달리 보이지만, 사는게 비슷하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이들은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등에 대해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멍하니 몇 분, 몇 십분 서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나의 모습을, 아들 녀석이 보고서는 "아빠! 무슨 생각해?"라고 물었다.

"어어, 앞으로 아빠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리고, 너네들을 어떻게 기르면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 해 주었다. 너무 어려운 말이었나 싶기도 했다.


잠시후 아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슨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우리를 기르는 것은 햄스터 기르듯이 기르면 되지"


몇초도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고, 다소 심각하고 경직되어 있던 나의 얼굴에 함박 웃음을 선사한, 뜻하지 않은 답변이었다. 그리고, 생각하면 할수록 명쾌하고 간명한 답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켜봐 주고, 곁에 있어주고, 먹을 것에 대한 염려없이 먹여주고, 재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부대끼면서 햄스터 기르듯이 자기들 곁에 있어주면 된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일곱살난 녀석보다 심각하였지만, 우매했던 것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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