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ife schema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평변호사 Apr 13. 2016

지식의 전달

윤소평변호사칼럼

군자삼락, 제1락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땅을 굽어보아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고, 제2락은 부모가 살아계시고 형제가 무탈한 것이고, 제3락은 천하의 똑똑한 영재를 얻어 그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한다.


제3락의 경우, 왜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예전에는 종이가 없고 USB같은 저장매체가 없었기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을,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를, 공자는 맹자를, 예수는 열두제자를 필요로 했다.


본인들이 알고 있는 지식의 전달을 위해서는 영특한 제자가 절실히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특함이 더 할 수록 본인들이 설파한 가르침에 영특한 제자들은 보탬을 더 하기 때문에 미화되고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예전에도 알았더라면 지금의 모습이 좀더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지식의 효용은 때를 가려 그 효용이 최대값을 가질 때가 많고, 알고 있는 지식이 최대값을 미처 가지지 못함을 두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학습을 하는 이유도 겪는 현실에 대해 유효적절한 대처를 하기 위함이거나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함일 것이다.


자식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빨리 알아 주었으면...


부모는 자식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더 빠른 시기에 알기를 원한다. 선행학습은 그런 이유에서 생긴다고 본다. 하지만, 부모가 본인의 삶이 혐오스럽다고 여기면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의 전달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한 삶을 살게 된다.


무당이 자식이 무당이 되기 싫어하고,  어부가 자식이 어부가 되기를 싫어하고, 농부가 자식이 땅을 파는 것을 싫어한다면, 자식들이 최대한 자기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받지 않도록 애를 쓰게 된다. 그리고, 점값으로 번 돈, 채소를 내다 판 돈, 고등어를 잡아다 판 돈으로 전문직이나 돈을 많이 버는 직업에 종사하는 자들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아무리 지식의 전달을 제대로 받더라도 세상은 속임이 많고, 뜻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체득한 부모는 자식들이 최소한의 시행착오를 겪기를 바라고, 후회를 최소한으로 하도록 하기 위해 지식의 선별과 선별된 지식의 전달을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런데, 자식에게 선별된 지식을 전달하려고 하더라도 자식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고, 제대로 수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자식은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은 채 부모가 가진 약점과 혐오스런 모습을 여실히 보여 주기도 한다.  



직접 깨져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인생이고 보면 지식의 전달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쯤에서 진화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싶다. 분명 세대를 거듭할 수록 더 훌륭한 지식을 전달받고 더 좋은 학습환경과 첨단의 지식을 접하게 되었음에도 자식은 왜 부모가 가진 못 난 모습을 그대로 반영해서 부모를 힘들게 하는 것인가.


이는, 부모가 전달하는 개별 지식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전달된 지식의 질이 훌륭하지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는 의식적으로 분명 약점과 혐오스런 부분을 전달한 기억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부모의 약점과 혐오스런 부분을 여실히 반영해 주는 것은 부모가 무의식적으로 몸소 행동으로 약점과 혐오스런 부분을 습관처럼 전달해 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식들은 부모가 하는 모든 행동을 보고 지식을 전달받고 있고, 실제 그 지식이 전달된 것이다. 실시간 감시체계로 부모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행동양식, 의식수준 등을 전달받은 것이다.  


너는 나처럼 살면 안된다...


선별된 지식만을 자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행동양식, 의식수준을 변화시켜야 하고, 계속 유지하여야 하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지식선별 과정에서 탈락한 부분도 자식에게 전달되는 것이니만큼 그 부분에 있어서 전달된 지식이 자식의 행동양식과 의식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해할만한 무언가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외부적 압력이 될 수도 있고, 훈계가 될 수 있으며, 적절한 공포심을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지속적인 설득일 수도 있겠다. "너는 나처럼 살면 안된다"라고 부모의 현 모습에 대해 측은을 더해 가며 설득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금, 불타는 금요일? 불륜의 금요일?, 불륜금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