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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02. 2016

우연은 없다

윤소평변호사

고통을 겪고, 누군가로부터 버림을 받고, 만나고 헤어지고, 실패를 경험하거나, 형편없이 피폐하거나 그 모든 것이 재수가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생각치도 못 했고, 예상치도 못 했는데, 나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진다. 남들은 그런대로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생각하면서 참, 재수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선망적인 삶을 살고, 누군가는 기피대상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 우연이 일어난 것일까.


좋은 부모를 못 만나서, 학벌이 달려서, 지역색 때문에, 얼굴이 못 생겨서, 지금의 이 모양으로 되어 버린 것이 운이 좋지 않아서, 재수가 없어서일까. 운명적인 원인으로 탓을 돌리는 것이 속편할 수도 있다. 그래야만 견딜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세상에는 우연이란 없다. 모두가 필연적인 것이다. 우연이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겨를없이 이루어져서 과도한 겸손을 떨기 위해서 이거나,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찾을 시간을 벌기 위해서일 뿐이다.


우리는 철저하게 시간의 법칙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시간은 가장 명백한 인과관계이다. 연속적이고, 단절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결코, 우연적인 것이 있을 수가 없다.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그 무엇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착각이거나 자신이 행한 행동 중 일부에 대해 망각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모습, 겪고 있는 삶의 모든 모습들이 필연이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지진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를 가리켜 우연이라고 일컫지는 않는다. 피로, 나태를 이유로 하는 미룸이 현재의 부족한 나를 만들어 낸 것이고, 작지만 지속적인 몸부림이 훌륭한 타인을 만든 것을 두고 우연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제의 내가 지금의 내가 되고, 내일의 내가 된다. 무질서 해 보이는 세상은 철저한 인과관계라는 법칙 속에서 질서있게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빙 돌아가는 것이 인생길이라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세상의 인과관계를 벗어나서 살 수는 없다. 그 인과관계의 실수와 공백을 우연이라고 말 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우연은 없다. 다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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