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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04. 2016

귀화 추천서

한국을 부러워 하는 사람들

귀화란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여 그 나라 국민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귀화에는 일반귀화, 간이귀화, 특별귀화 등이 있다. 어느 종류의 귀화신청이든 간에 필수 첨부서류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 중에는 귀화추천서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귀화 추천서를 작성할 수 있는 추천인 자격이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추천인의 자격이 있는 자란, 국적법 시행규칙 제3조 제23항에 의한 추천자격이 있는 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의회의원, 교육위원 및 교육감, 초중고등학교의 교감,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부교수 전임강사, 5급 이상의 공무원, 금융기관, 방송국, 일간신문사 등의 부장급 이상, 증권거래소 상장회사의 부장급 이상 등


올초 조선족 한 분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 했다며 상담을 한 사실이 있다. 체불된 임금의 금액이 그리 크지 않아 변호사를 선임해서 처리하기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안이라 방법과 절차만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 조선족 상담자가 다시금 내게 연락을 해 왔다. 자신이 한국에 거주한지 12년이 되었고, 귀화를 신청하려고 하는데, 다른 서류는 다 갖추었고, 국어시험 등도 다 통과했지만, 귀화 추천서를 도저히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선족 상담자는 내게 귀화 추천서를 써 달라는 것이었다. 추천서라 함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곁에서 지켜보고 느낀 점을 적으면 그만인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졌는데, 귀화 추천서의 추천자 자격요건이 법문에 규정이 되어 있었다. 


도대체, 조선족이나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어떻게 국회의원이나 판, 검사, 교수 등의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사는 외국국적의 사람들이 사회 영향력있는 사람들로부터 추천서를 받아내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짧은 상담을 한 것 이외에 이 조선족 상담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외모로 보거나, 한국에 거주한 기간 등을 볼 때, 귀화 추천을 해 주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을 한 뒤, 추천서를 작성해서 건네 주었다. 돌아가는 내내 몇 번이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나도 여러번 아니라고 답변을 했다. 


순수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한국사람으로서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이토록 한국국적을 취득하고 싶어하는데, 우리는 '헬조선'이니 뭐니 해괴한 용어를 만들어가며 스스로 국가에 대한,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을 깎아 내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사회에서도 갈등은 있고, 문제는 있다. 다만, 그 갈등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어떠하냐에 따라 선진성의 유무가 결정되는 것이다. 대내외적으로 정치나 경제가 잠잠한 적은 없다. 상존해 왔다. 다만, 그 정도가 달랐을 뿐이다. 


귀화 추천을 하고 보니 우리는 한국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선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사뭇 뿌듯하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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