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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24. 2016

누구나 뛰어난 연기자

윤소평변호사

배우가 '연기를 잘 한다'는 평을 듣는 경우는 전체 스토리와 조화를 이루면서 해당 캐릭터를 잘 묘사할 때이다. 관람자들로 하여금 연기를 잘 한다는 평을 듣는 것도 배우에게는 칭찬이지만, 연기가 아니라 실제처럼 느끼게 하는 경우가 배우에게는 궁극의 목표일 것이다. 관람자들이,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인지 모를만큼 극 속으로 몰입하도록 만드는 배우를 가리켜 명품배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배우들만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무대를 '생활', '삶'이라는 것으로 옮겨보면 우리네 모두가 연기를 하면서 살고 있다. 그것도 뛰어난 연기자로 살아가고 있다.


# 낮과 밤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당하면서도 교사로 살고 있는 여성분이 있다. 이분은 교단에서, 아이들 앞에서는 미소를 잃지 않고 지식을 전달하고 올바른 인성을 논한다. 그리고, 그 무대가 끝나면 수심 가득한 얼굴로 변한다. 낮에 보여준 미소 띤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라 고통을 겪고, 관계가 어긋난 여자로서의 삶에서는 비극적인 모습 뿐이다. 상황과 관계가 바뀌면 모습도 달라진다.


# 사회 구성원


각자의 직업영역에 속해 있을 때 우리는 개인적 고민을 낯빛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고민이 타인에게 드러나는 것을 꺼린다. 함께 업무를 보거나 식사를 하거나 하면, 찌라시 얘기, SNS에서 떠다니는 유머나 후문 등을 입에 올리면서 소리내어 웃는다. 지나친 희극은 아니어도 희극 속에 속한 배우의 모습이다.


# 가족 구성원


집으로 돌아와서는 어떤 모습의 연기를 할 것인지 어느 정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권위적, 강압적 연기를 할 것인지, 자상하고 상냥한 연기를 할 것인지, 밖에서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여과없이 가족 구성원들에게 노출연기를 할 것인지 등 어떤 장르의 연기를 할 것인지는 선택에 달려 있다.


# 주연이냐, 조연이냐


우리 모두는 상황에 따라, 역할에 따라, 시기에 따라 제각기 취하는 모습과 내뱉는 멘트, 그리고, 표정 등에 있어서 대본과 각본없이 연기를 잘 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연기가 필요하다. 스토리가 달라지면 하모니를 위해 배우가 연기를 달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뛰어난 연기자인 셈이다.


어차피 생활 속에서, 삶 속에서 연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주연을 할 것인가, 조연을 할 것인가.


스토리 전반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인지, 누군가가 이끌어가는 흐름에 몸을 맡길 것인지는 의지와 선택의 문제이다. 하지만, 나의 삶에서, 나의 시간 속에서 내가 결정하고 내가 꿈꾸는 것을 연기할 수 없다면 그 어디에서도 나는 주연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여지껏 다양하고 훌륭한 연기를 해 왔다. 또한, 앞으로도 해 나가야 할 연기는 끝나지 않았다. 남은 연기가 내가 이끄는 흐름으로 공연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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