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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08. 2016

사적 관계와 일

윤소평변호사

일과 사적인 관계는 구분해야 한다. 이 말은 참으로 많이 듣고 하면서도 좀처럼 실행이 되지 않는다.


일적으로 시작된 관계가 어느 시점부터는 사적 관계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사적 관계로 시작된 관계에 어느 시점부터는 일적인 관계가 개입되는 경우도 있다.


친구가 도와 달라고 해서 친구의 사업을 도와 주다가 동업관계가 형성되기도 하고, 업무적으로 시작된 만남이 여러 이유로 사적 관계의 영역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일과 사적 관계가 혼재되면 구분짓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영역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책임소재를 따질 때 사적 관계에 의존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론과 해답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관계를 강조하는 상대방으로 인해 명확한 해결책을 실행에 옮기지 못 하게 된다.


너! 나 몰라?


한두번 양보를 하고, 손해를 감수하다 보면 그 관계라는 것이 부담이고 문제해결에 있어 가장 큰 장애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지금하고 있는 말이 '일적인 것'이지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 않다'고 일깨워 주고 싶어진다.


일적인 관계에서는 반드시 권리와 의무사항이 발생한다. 명백하게 의무를 이행하면 그로인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상호간의 약속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일은 일이고, 사적 관계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는 구분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사적 관계를 잠시 이탈하여 일적인 것만을 두고 말하면 사람을 몰인정하고, 매몰찬 사람으로 평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일적인 것에 사적인 관계를 개입시켜 의무를 줄이고, 권리만을 늘이거나 행사하고자 하는 계산을 앞세우는 그런 경우이다.


사실 일과 사적인 관계를 명확히 구분짓고 관계를 지속하기란 좀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일적인 것으로만 엮인 관계라면 속편하게 대하면서 관계에서 파생하는 트러블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사적인 요소만으로 이어져 있는 관계라면 친분을 돈독히 하면 되고, 권리와 의무에 대해 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과 사적 관계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일과 관계 중 각자의 판단에 따라 비중을 달리하게 되면 각자 중 어느 일방은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다.


사적 관계를 재정립하기 보다는 일적인 것을 정리하고 정립하는 것이 더 수월하고, 깔끔한 일처리는 오히려 관계를 더 지속시킬 수 있다. 일적인 것의 구분과 처리는 관계에 공고한 신뢰를 부여하고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더 키울 수 있도록 만들수 있다.


시발점으로 돌아가 특정 관계의 발단, 과정과 현 상태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적인 요소와 관계적 요소를 따져보고 일적인 것만을 논해보자는 전제 하에 각자의 의무이행 정도를 가려보고, 정당한 권리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인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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