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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12. 2016

집단적 이해관계의 조절

윤소평변호사

거래처에 6억 상당의 물품을 제공하고 설치작업까지 하였는데, 해당 거래처가 차일피일 지급을 미루다가 회생신청에 들어갔고, 10개월간의 회생절차 기간 끝에 20%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을 10년간 분할지급받는 회생계획안이 통과되어 6억원은 푼돈이 되어 버리고, 자신의 매입처로부터 지급독촉을 심하게 받아 자신의 회사도 파산지경에 이르렀다고 하소연하는 대표이사가 한 분 계신다. 


대표이사는, 자신은 회생계획안에 동의를 한 적도 없는데, 자기 회사의 채권이 감액되었고, 자기 회사의 경영도 악화되었다며 법과 제도가 이럴수가 있느냐, 해당 거래처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이냐며 내게 나무라듯 말씀하신다. 


회생절차에서는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수반되는데, 적은 금액의 채권을 가진 채권자들은 회생계획안에 대해 반대하더라도 많은 금액을 가진 채권자들이 동의를 하면 소수 금원의 채권자들의 의사는 효력이 없게 된다. 이를 두고 집단적 이해관계의 조절이라고 한다. 


집단적 이해관계의 조절. 


어차피 채무자의 자산으로는 채무 전부를 변제할 수 없으니, 채권자들은 공평하게 자기 채권액에 비례해 채무자의 자금수지 내에서 일부라도 채권회수를 하도록 함으로써 전체 채권자들 집단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조절한다는 그런 취지이다. 


회생업무를 하면서 이러한 법의 취지와 목적에 한 표 던진 것이 사실이다. 채권을 비율적으로 감액(면제, 출자전환 등)하고, 잔존 채권을 현금으로 변제하는 식의 문제해결이 형평성 측면에서 옳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집단적 이해관계의 조절에 던졌던 그 한 표를 회수하고 싶어진다. 일부 상거래 채권자들은 너무나 영세해서 해당 채권의 온전한 회수가 회사의 사활문제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렇게 되는 것인지, 자기 회사의 채권이 임의로 감액되고 휴지에 가까운 주식을 받는 것이 회사 경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법적인 측면에서 설명을 할 수 밖에 없다. 


비단 회생절차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집단적 이해관계를 조절해야 하는 사안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하지만, 집단적 이해관계가 집단 내 속한 구성원의 이해관계 조차 전적으로 대변하지 않는 경우, 집단간 헤게모니가 대등하지 않은 경우, 조절절차를 담당하는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해 높은 신뢰를 부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는 그러한 조절이 과연 가능한 것이고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소수의견과 소수의 이해관계에 치중하게 되면 전체 프로세스를 운영해 나갈 수 없고,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이 그나마 잡음이 적었다는 역사적 경험 때문에 집단적 이해관계의 조절을 다수결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에 다수가 동의했다. 그로인해 다수결 방식에 부동의한 소수는 다수결 방식이 없어지지 않는한, 영원히 자신들의 의사를 피력할 수 없게 되었다. 


다수가 여유를 찾게 되면 소수를 배려하게 될까. 한 숨 내쉬며 돌아서는 노년을 앞둔 중년 대표이사의 처진 어깨에 대고 "조심히 들어가세요"라고 인사를 하는게 고작인 나를 발견하고 나 역시 넋두리를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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