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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16. 2016

출근시간은 정해져 있고, 퇴근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윤소평변호사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고, 정신이 들기 전에 출근을 준비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이는데 익숙해져 왔다. 시작시간을 지키지 못 하면 질타가 주어지고, 심각하게 반복적일 경우,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침시간은 형식적으로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지켜 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마침 시간을 지키지 않을수록 칭찬과 생계유지에 도움이 되어버리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앙콜을 하는 것도 시작은 정확히 지키지만, 끝은 명확한 약속이 없다는 것임을 방증한다.


출근시간보다 일찍 사무실에 도착해 퇴근시간보다 늦게 퇴근하는 것은 성실함을 재는 척도라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잣대가 우리를 괴롭힌다. 실제 근무시간에 SNS나 사적인 대화, 담배피우는 시간 등을 최대한 줄여서 빠듯하게 일할 경우,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일할 이유가 없다. 대부분. 때로는 예상치 못 한 일로 인해서 초과근무를 해야 할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근무시간에 집중하지 못 하고 '딴짓'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 늦어진다. 


주식시황을 보던지, 오락을 하던지 등등. 사실 야근하는 직원은 대개 무능력한 것으로 평가되어도 무방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낮에 무얼했길래.


회식 다음날 제 시각에 출근하는지 여부를 놓고 정신상태가 올바로 박혀있는 사람인지 평가받아 왔다. 술이 덜깬 상태에서 사무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도 영혼은 아직 어제 회식자리에 일부가 남아 있어 업무에 집중하지 못 한다. 능률이 없다. 정신상태가 올바로 박혀있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지극해서 술이 덜 깬 상태에서도 제 시각에 출근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어지는 질책과 다른 불똥이 염려스러워 지친 몸을 이끌고 시작시간에 맞출 뿐이다. 


출근은 제 시각에 하지만, 퇴근을 미루면서 미적대며 집에 가지 않는 이유는 또 한가지 있다. 내일의 제 시각 퇴근을 담보하기 위해서이다. 오늘 차라리 더 일하고 내일은 제 시각에 퇴근할 수 있겠지 하는 작은 바램이 오늘 퇴근시간을 미루게 만든다.  


사실, 모든 시작의 대부분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인벌브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낯선 사람들,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때문에 몸과 정신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아픈지 모르고, 계속 타임스케줄을 지킨다. 늬엇하게 시간이 지나면 환경에 적응하기 때문에 출근은 제 시간에 하는데, 퇴근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부당함을 느끼게 된다. 


일단, 깨어있는 시간은 최대한 활용해 보자. 그리고, 제 시간에 퇴근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근무시간에 해 보자. 딴 짓 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내게 쉼의 시간을 절약하라고 강요한다면 다투어도 좋을 듯 하다. 그 다툼은 합리적이고, 법적으로도 타당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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