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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15. 2016

하루에 손글씨로 몇 자나 쓰시나요?

윤소평변호사

사무실을 비웠다가 들어오면 여직원이 책상에 놓아둔 메모지들이 여러장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문득 '참 글씨 못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이어 손글씨로 하루에 몇 자나 적는지 궁금해진다. 손글씨로 주어와 서술어로 완결되는 문장을 적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자판에 익숙해져 있고, 모바일 화면에 드러난 자판을 누르는 것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한 때 글씨, 서체는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글씨를 보기좋게 쓰고자 펜맨쉽 공책도 사서 글씨의 균형을 맞추고자 연습도 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백스페이스 키를 눌러 쉽게 수정도 하고, 원하는 글씨체로 한꺼번에 많은 글자들의 모양을 손쉽게 변경할 수도 있다.


[여담]

컴퓨터 워드 프로그램을 모르는 할머니가 손주가 글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한마디 하셨다.

 "얘야! 아껴 써야지!"


스마트폰에 내장된 다이어리에 일정을 기재하다 보니 이제는 종이로 된 수첩이나 다이어리를 이용하지도 않는다. 더욱 글씨를 손으로 쓰는 경우의 수가 적어졌다.


손글씨에는 감정이 표현되어 있다. 반성문을 손으로 쓰는 경우, 반성이 진지하고 진실되다는 것을 내용을 떠나 반듯한 글씨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연애편지를 쓰는 경우, 예쁜 글씨로 마음이 상대에게 전달되도록 정성을 기울인 글씨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워드로 작성된 글은 서체로는 작성자의 심경을 느끼는데 한계가 있다.


손으로 글을 적으면, 연필로 적지 않는 이상 수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생각을 정리해 표현으로 옮긴다. 하지만, 워드는 수정의 용이성 때문에 함부로 적어진다. 사고의 수정, 표현의 완곡함이 손글씨로 작성된 글보다 덜 하다.


손으로 적은 글은 소중히 보관될 가능성이 높다. 손으로 글을 적으면 해당 문서가 유일하기 때문에 보관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게 되는 반면, 쉽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프린트할 수 있는 워드파일에 저장된 글에 대해서는 보관상태를 염두해 두지 않는다.


손글씨는 워드에 비해 같은 글자수를 적는데 시간도 많이 들고, 물리적 에너지 소모도 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문득, 워드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소홀히 했던 손글씨가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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