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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옮기지 않고, 잘못을 거듭하지 않는다

윤소평

by 윤소평변호사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자 중에 누가 배우기를 좋아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안회(안연)가 배우기를 좋아하였고, 그는 노(怒)를 옮기지 않았고, 과오를 이중으로 짓지 않았으나 불행히 단명하였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없어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를 들어 보지 못 했습니다"


哀公問: "弟子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 不遷怒, 不貳過.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 未聞好學者也."
(애공문: "제자숙위호학?" 공자대왈: "유안회자호학, 불천노, 불이과. 불행단명사의. 금야즉무, 미문호학자야).


공자는 제자들 중 안연(회)을 가장 아꼈고, 안연이 단명하자 슬픔에 빠졌는데, 애공이 공자에게 이같이 묻자 안연만한 사람이 없다고 한탄한 대목이다.


不遷怒, 不貳過


不遷怒(불천노)는 단순히 A에 대한 분노를 B에 대해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과 인간에 대한 분노, 자기 내면에서 발현되는 욕구와 행위의 동기인 분노를 의미한다. 안연이 분노를 옮기지 않았다는 것은 분노를 내심의 숙제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다스림으로써 근원적으로 해결하려 하였다는 뜻이다.


공자는 독백으로 "하늘을 원망하지 않았고, 사람을 탓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분노를 안으로 삭히고 해결하였다는 뜻이 아니라 해결될 수 있도록 자리를 지키고, 자신을 지켰다는 의미이다. 나아가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버리지 않는 노력을 하였다는 것이다.


속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될 때를 기다려 자신과 자리를 지켜야


세상에 분노하고 사람에 대해 분노할 일이 많다. 운명을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노를 옮기는 것, 즉, 표출하는 것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가치없는 속된 감정에 빠지게 만든다. 분노가 내면에 일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척 하는 것도 문제해결이 아니다. 단지, 세상, 사람, 자신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그러한 분노가 해결될 수 있도록 자리와 자신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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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貳過(불이과)에서 '過'는 무지와 맹신에 의해 초래되는 잘못된 관념체계를 의미하고, 정도가 아닌 모든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잘못을 두번이상 저지르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 고치고 개선해서 올바른 길로 향했다는 의미이다.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런데, 잘못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잘못을 꾸미는 것은 不貳過에서 말하는 진정한 잘못이다.


정도를 제외한 모든 것이 허물이라고 한다면, 잘못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같은 잘못을 반복하거나 잘못이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또한, 잘못을 미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진정한 과오라는 의미이다.


과오를 알면서 방치하는 것은 진정한 잘못


그릇된 판단으로 과오의 길에 설 수는 있지만, 이를 알면서도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태도는 지나친 잘못이다.


- 논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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