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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에는 빠져도 조사에는 빠지면 안된다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경사에는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 하더라도 조사에는 가급적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


경사는 기쁜 일이기 때문에 내가 아니어도 축하해 줄 사람이 많고, 해당 당사자도 나의 부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 한다. 하지만, 조사는 슬픈 일이고, 그 슬픈 사연은 다양하다. 당사자가 사람을 잃은 것이 아니라 권력, 부, 명예, 지위 등을 잃어서 슬플수도 있다. 이런 경우 근거리에서 위로해 주면 존재감의 비중도 높아지거니와 그 당사자도 감사하게 여긴다. 하지만, 기대할 것은 별로 없다.


공직이나 현직에서 물러나면 사람은 힘이 빠지고, 찾는 이도 차츰 줄어든다. 그에게서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픈 일을 당했을 때는 끈 떨어진 연이 되었기 때문에 잇속에 밝은 사람들은 그 당사자를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발이라도 담궈둘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얻을 것이 있기 때문에 개인 스케쥴을 차치하고 경조사에 바삐 뛰어 다니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끈 떨어진 연을 좇아 귀중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 싫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세옹지마라고 했던가. 힘빠진 그 당사자가 재기에 성공하면 어떻게 될까. 그 당사자의 뇌리 속에는 힘있고, 현직에 있을 때는 그토록 굽실대던 사람이 현직에서 물러나니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기억이 새록 돋아날 것이다.


끈 떨어진 연이라고 찾지 않았다가 그 당사자가 회복상황이 되자 다시 찾으려는 생각을 품을 때,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이 떠 오르게 된다. 과연 어떤 구실을 둘러대 그 당사자의 뇌리 속에 남은 앙금을 해감할 수 있을까.


사람이 한결같아야 하고, 사람을 한결같이 대해야 한다는 가르침의 중요성은 얇팍한 인간관계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사람을 대할 때 드는 감정은 이미 낯빛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도움이 되든, 그렇지 않든. 연을 맺었다면 풋풋한 사람냄새가 풍길 수 있도록 관계에 한결같이 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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