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
#1
진나라 문공은 여우 털과 표범 모피를 선물받고 감탄하며 말했다.
" 이 짐승들은 가죽이 아름답기 때문에 스스로 재앙을 불렀도다!"
#2
장자가 산속을 거닐다가 거목을 발견하고 나무꾼이 그 거목을 베지 않고 곁에 있는 것을 보고 나무꾼에게 물었다.
"왜 나무를 베지 않소?"
"쓸모가 없습니다"라고 나무꾼이 대답했다.
'이 나무는 재목감이 안 되기 때문에 제 수명을 다 할 수 있구나'
#3
장자가 옛 친구 집을 방문했다. 친구는 반가운 마음에 하인에게 거위를 잡아 요리를 하라고 시켰다. 하인이 물었다.
"한 마리는 잘 울고 한 마리는 잘 울지 못 합니다. 어느 쪽을 잡을까요?"
"울지 못 하는 쪽을 잡아라"
성능좋고, 보기좋고, 쓸모가 있다고 반드시 복된 것이 아니다. 쓸모업고, 볼품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제 수명을 누리고, 화를 면할 수가 있기도 하다.
"감히 천하의 앞이 되려고 하지 않으므로 큰일을 도모할 으뜸이 된다"
- 不敢爲天下先(불감위천하선) 故能爲成事長(고능위성사장) - 한비자(해로)
권력을 가지려고 하거나 높은 지위를 가지고자 하면 적이 생기기 마련이고, 분쟁에 휘말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화를 면하고 복을 누릴 수가 있게 된다.
만약, 여우나 표범이 자기 가죽을 더럽게 관리하였거나 나무가 재목감으로 보기 좋게 자랐거나 먹잇감이 된 거위가 그 당시만이라도 울어댔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때로는 쓸모있고, 능력이 있는 것이 화가 될 수 있고, 쓸모없어 보이고, 능력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복이 될 수도 있다.
효용과 능력을 드러내는 것과 이를 적정하게 감추는 것 사이에 균형을 찾아 유연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정해 놓은 원칙대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옳아 보이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적 환경과 세상과 타인과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한다.
세상과, 타인과 타협한다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균형을 이루기 위한 타협은 지혜로운 사람의 처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