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
핵가족화가 되기 이전에는 보통 3대가 한 지붕아래 살면서 젊은 세대가 노인을 부양하였고, 노인이 가진 경험과 지식, 지위와 권위를 존중했다. 노인 역시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일상을 영위하는데 큰 문제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고령의 문제는 여러 세대가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아닌 것이 되었고, 오롯이 개인적인 문제로 변화되었다. 노후준비계획에 자식들이 먹여살리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언제부턴가 부모들은 자식들이 집을 떠나는 것에 대해 슬퍼하지 않게 되었고, 자식들은 자신의 꿈을 좇는데, 부모의 개념을 포함시키지 않게 되었다. 젊은 세대의 목표와 계획에는 부모에 대한 부양책임을 제외한 자아실현만이 포함되게 된 것이다.
60세를 넘긴 남성이 자기 아내가 폐암으로 인해 인공호흡기를 매달고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저렇게 죽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몇년후 그 남성이 전립선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자 의사들은 남성의 상태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남성은 자식들에게 "그래서 나를 포기할 셈이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봐야지"라고 말했다. 결국 이 남성은 수술을 했으나, 회복되지 않고 생을 마감했다.
현재는 자기 집에서 죽는 경우보다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할 경우가 더 많다. 자기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는, 급사하거나 경제력이 미약한 경우가 많다.
언젠가는 결국, 고령과 질병으로 인해 쓰러질 날이 올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독립적인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순간이 오게 되어 있다. 헬스클럽을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고, 일을 하거나 취미생활 같은 일상에서 영위하던 것들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그런 때가 오기 마련이다.
하버드 의과대학과 보건대학 교수 아툴 가완디는 평상시 죽음을 직시하고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돈, 권력, 명예 등과 같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게 되고,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을 살 수 있고,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 직접 선택하고, 다른 사람이나 세상과의 연결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독립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의 유한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너무나 많은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좇기만 하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준비가 안 된 나머지 육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고통도 함께 겪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