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etter lif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평변호사 Sep 11. 2016

결과가 같다면 과정은 무시되도 좋은가

윤소평변호사

수학에는 등가치환이 인정된다. 좌변 = 우변. 이 명제가 성립될 수 있다면 좌변의 과정은 같은 우변을 만들어 내기만 하면 문제되지 않는다.


2+2+2+2+2+2+2+2 = 16
4+4+4+4 =16
4x4 = 16


과정은 다르지만, 결과는 동일하다. 수학에서는 이러한 16은 어떻든 16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삶은 다르다. 


어떤이는 16에 이르기 위해 차곡차곡 열심히 보탬을 더 하는 인생을 살아간다. 태어나면서부터 환경이 어려웠거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물질적 편리함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인생을 무던히 살아내야 하는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16을 이루어내는데 어쩌면 평생이 걸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4'라는 밑수를 가지고 태어나서 손쉽게 16을 이루어낼 수 있다. 어차피 삶이란 태어나면서 부터 불평등한 것이었다. 우수한 DNA를 가지고 태어난 이는 그렇지 않은 어떤 이보다 대체로 편리하고 신속한 삶을 살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차별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흙수저, 금수저 등 수저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불만을 크게 품지 않을 불평등( DNA 등) 때문이 아니라, 아무리 발버둥치더라도 등가치환을 이룰 수 없는 세상의, 사회의 구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열등한 DNA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2+2+2+2+2+2+2+2 = 16"을 이루어 낸 사람을 칭송했고, 그를 위인으로 여겼다. 


하지만, 현재는 "2+2+2+2+2+2+2+2 = 16" 식으로 사는 것은 아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아둔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속도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문제인 것은 아무리 해도 16이 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결과가 같더라도 과정은 천차만별이다. 밑수를 가진 이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가 있다. 밑수 없는 이가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이 관심을 받고, 칭찬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유지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묵묵히 보탬을 해 가는 인생 끝에 같은 16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에서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