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
축구경기에서 한 선수가 90분 중 볼을 점유하는 시간은 3분에서 5분뿐이다. 3분중에 포함되어 있는 헤딩, 슈팅, 패스, 드리블을 위해 나머지 87분간은 공과 접촉없이 움직이고, 기다려야 한다.
87분 동안 공은 나와 무관하니까 걸어다니면서 휴식을 취한다면 본인에게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는 커녕 팀마저 패배하는데, 빌미가 자신이 될 수 있다.
훌륭한 선수는 점유시간 3분 내에 펼칠 경기력을 위해 나머지 87분간을 쉼없이 움직이고,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린다. 의미없이 걸어다니거나 힘들다고 쉬면 상대방에게도 같은 여유와 쉼을 제공하게 된다.
훌륭한 공격수나 수비수는 87분간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보내고, 상대의 진형과 진법에 혼란을 가져다 준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에게 공이 왔을 때, 머릿속에 염두해 둔 공의 방향을 위해 원활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승패를 위한 경기, 노력이 결실을 맺어줄지에 대한 시험무대는 기다림에 비해 너무나 순식간이고 짧다. 가끔은 긴 기다림에 비해 승패의 가늠시간이 너무나 짧은 것이 허무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긴 기다림 끝에 띄운 승부수가 허망한 결과를 가져올 때는 더더욱 허무해진다.
긴 기다림, 87분을 지혜롭게 보내기 위해서는 승리의 순간, 훌륭한 3분이 가져다 줄 결실을 상상해야 한다. 승리한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면 기다림이 심리적으로 짧게 느껴질 수 있고, 기울이고 있는 노력의 양이 늘어날 수 있다. 의미있는 3분보다 때로는 87분이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기다리고 준비하는 과정이 덜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달콤한 3분을 위해서는 지혜롭게 87분을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