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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23. 2016

레고

윤소평변호사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1932년 덴마크의 목수로 경제 대공황 때 일거리가 없어서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고, 1934년 ‘잘 논다(leg godt)’는 뜻의 덴마크어를 줄여 레고(Lego)라고 회사 이름을 지었다.


레고를 해 보면 실감하는 것이 그 작은 여러 조각들의 피스들이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의 재질도 고급스럽다. 만약, 피스가 힘으로 끼워도 잘 들어맞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그것은 설명서대로 피스의 조합을 하지 못 한 것이지, 레고 제품이 불량이 아닌 것이다. 그만큼 레고는 정교하고, 세심하며 제품에 신뢰를 획득했다. 


레고는 사출성형 산업의 일종이다. 


호퍼에서 공급된 성형재료는 가열 실린더에서 혼합시켜 가면서 실린더 선단의 스크루로 이송하고 그 과정에서 재료는 균일한 가소화(可塑化) 상태로 된다. 스크루 선단부에 일정량의 재료가 축적되면 스크루가 정지하고 형(型) 체결 장치로 밀폐된 금형내에 용융된 재료가 사출 실린더에 의해서 고압으로 사출된다.


사출성형은 사장산업이고,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없는 산업이다. 그런데, 레고의 경우 남들이 'NO'라고 할 때, 'YES'라고 하면서 내적 확신을 가지고 성공한 일례이다. 마치 락앤락, 지퍼락과 같은 것이다. 


어떤 분야나 사업이 각광을 받는다고 하면, 반딧불처럼 너나 없이 그 분야나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사람들의 습성이다. 전통과 유서는 고루한 관념으로 치부된다. '한 우물을 깊게 파는' 대신 여러 우물을 얕게 파고, 이것 집적, 저것 집적대는 것이 엄습하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유일한 해결책처럼 여겨지고 있다. 


세상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고,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또 새로운 직업이 발생하고 있다. 역발상으로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만큼 느릿하게 하고 있는 일을 꾸준히 수행한다면 변화의 주기에 맞물려 그 '하고 있는 일'이 각광을 받을 때가 올 것이다. 


속한 직업군이 비젼이 없다고 많은 이들이 떠나고 있다면 남아있는 자들의 희소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부모를 잃어버렸을 때, 가장 높은 확률로 부모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부모를 잃어버린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울어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삶에 대해 불안감이 밀려오고 일에 대해 회의가 든다면 그 일자리를 떠날 생각을 하기 보다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레고의 기본적인 피스들은 반세기가 지나도록 변함이 없다. 물론, 새로운 피스들이 간간히 등장하기는 했다. 하지만, 기본 본류에 큰 변함이 없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우리는 살면서 단 두 가지의 행위만을 하고 산다. 삶에 필요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결제하는 행위와 결제대상이 되기 위해 나의 직업을 수행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결국, 누군가가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나에게 결제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 


일을 통해 불안감을 느낀다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담대하게 내 일을 묵묵히 수행해 나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게 불안감을 경감시킬 수 있는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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