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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24. 2016

교통표지와 삶의 비교

윤소평변호사

인천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귀가하던 중에 공사구간을 거쳐서인지 표지판이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고, 차가 막혀서 30km 이하로 20여분 이상을 달리던 중에 문득 우리 삶이 도로 표지판에도 압축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 시작


우리는 일단 태어나서 어느 정도의 초반까지는 하나의 길을 달린다. 자체 면역력을 구비하기까지는 독립적인 생존을 위한 생장을 공통적으로 겪게 된다. 유년기까지는 고민없이 대부분 비슷한 하나의 길을 달린다.


# 선택의 시작


부모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적인 생활과 시간을 가지게 되면, 선택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메뉴의 선택에서부터 대학, 전공, 진로 등 수많은 선택이 가짓수를 늘려가며 다가온다. 소소한 선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많고, 공을 들여 결정해야 선택 또한 우리를 힘들게 한다. 


선택지가 적을수록 고민의 양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선택지가 너무 다양해서 고민조차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다. 


# 독립


선택의 고민과 과정을 겪고 나면 우리는 보호자가 없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이 되면 보호자가 된다. 보호없는 상태에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나갈 길을 정해야 한다. 성년에 이른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라 권리를 누리기도 하지만, 책임도 져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섭받기 싫어서,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비보호 상태를 선호했지만, 어떤 순간에는 보호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때도 있다. 비교적 짧은 보호상태가 끝나고 나면 너무나 긴 비보호 상태에서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 치열한 경쟁과 성공가능성의 축소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서 경쟁은 치열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반대로 변화된다. 그리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감소되고, 꿈꾸던 인생을 누릴 수 있는 확률 또한 감소한다. 달리던 길이 점점 축소된다. 몸과 마음이 점점 위축되어 간다. 


# 관계


인생이 혼자만의 레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타인의 방향지시등, 속도 등을 주시하여야 하고, 나의 방향과 주행에 대해서 타인에게 인식시킬 필요도 있다. 


타인의 권리는 나에게는 그만큼의 의무이고, 타인의 선택은 나에게는 제약이 된다. 그리고, 타인은 나에게 간섭이 될 수 있고, 어떤 제약은 법적 구속력을 가져서 나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 



# 장애물 = 고난, 역경, 시련, 고통


살아가면서 순탄할 수만은 없다. 예상치 못 했던 장애물을 만나게 되는데, 낙뢰를 맞아 죽음에 이를수도 있고, 걸림돌에 걸려 몸과 마음이 고장날 수도 있다. 게다가 잦은 실수로 실족해서 한시적으로 정상적인 삶을 유보해야만 할 수도 있다. 


삶이 가속도가 붙지 않는 경사일 수도 있다. 버겁고 힘들고 즐겁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속도가 다르고, 삐뚤거리는 하지만, 우리가 고난을 겪더라도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  선택의 오류와 전환


선택한 삶이 결론적으로 기대치에 미치지 못 하거나 계획했던 것과 다른 결론으로 매듭지어지면 실망하고 주저앉기도 해서 낙오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 유일하게 끝까지 남아있는 것은 '희망'이기 때문에 그에 기초해 우리는 잘못된 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다. Turn-around'.


# 우회


살면서 180도 전환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특히, 나이가 들어버린 경우에는 노화와 체력적 고갈, 진취적 의지의 상쇄 등으로 배의 기수를 틀기란 쉽지 않다. 'U' 턴 이전에 우회에서 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을 반성하고 손쉽게 우회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 주차, 죽음


주행이 끝나면 주차를 해야 한다. 인생은 결국 태어나서 죽음으로 이르는 과정이다. 그 어느 누구도 죽음을 향해 가는 일방통행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 속도가 다를 뿐이다. 주차위반에 걸리면 과태료를 부담해야 하듯이 죽음에는 그럴 듯한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죽는다는 것의 다른 표현으로 '요단강'을 건넌다고 표하기도 한다. 횡단보도 표지는 지금 보니 평평한 지면이 아닌 길을 사람이 붕 떠서 걸어가는 듯 하다. 


우리는 일방향에서 시작해서 선택을 하고, 고난을 겪기도 하고, 우회 또는 턴하기도 한다. 결국, 죽음에 이를 때까지는 진행한다. 다만, 그 결말이 의미있는 것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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