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 상황 1.
A와 B 는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로 토지를 매입한 뒤 빌라 내지 상가를 건축해서 이를 분양하고, 그 수익을 배분하기로 하는 동업약정을 체결했다.
A는 초기 토지 구입자금을, B는 자신의 건축 및 분양 노하우를 제공하기로 하고, 공사비 지급 및 각종 등기, 제세 비용 처리 등을 맡기로 했다. 총 3건의 건축 및 분양이 있었고, 3번째 공사현장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무리하였다.
하지만, B는 A에게 정확한 정산을 해 주지 않았고, 가장 큰 규모의 마지막 공사현장이 미분양 상태로 되어 있어 공사비 충당 등의 문제로 손실을 보게 될까 B는 A에게 할인된 가액으로 건물 전체 매각을 요구했다. A는 B로부터 정산을 받지 못 했기 때문에 정산금에 기해 건물 전체에 대해 가압류를 했고, B는 결국 건물 전체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다.
A의 계산법에 따르면 정산금이 14억, B의 계산법에 따르면 7억원의 차이를 보였지만, 위 매매계약이 성사되면 B는 A에게 10억원을 지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 상황 2.
C는 지인들과 호프집에서 기분좋게 치맥을 즐기고 있었다. C는 화장실을 오가는 사이에 낯선 D와 몸이 부딪혔다. D는 C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술에 취한 C에게 D의 사과는 진정성이 없어 보였다. C는 똑바로 보고 다니라는 등의 조언 아닌 조언을 D에게 했다. D도 슬슬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C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급기야 C는 D에게 주먹을 날렸다.
# 결말(소송적, 현실적)
상황 1.
B 명의로 등기가 된 건물이 분양이 되지 않고, 전체 매각도 실행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어 각종 세금 및 공사비에 기한 유치권 행사 등 여러가지 법적 분쟁이 건물을 두고 벌어지게 되었다. A의 가압류는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분양이 되지 않아 건물에 설정된 담보에 대한 은행 원리금도 연체되기 시작하더니 결국, 건물에 관해 경매가 신청되었다. 1차, 2차 매각기일에 유찰되어 건물의 경매가는 계속 떨어졌다. 결국, 3차 매각기일에 건물이 낙찰되었는데, A는 1억 4,000만원 정도만을 배당받았다.
상황 2.
D의 신고로 C는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C는 D가 먼저 부딪혔고 욕설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D는 먼저 맞았다고 주장하면서 진단서까지 제출하였다. D는 C에게 욕설 몇 마디만 하였을 뿐, C에게 폭행을 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C는 상해죄로, D는 무죄로 결론이 날 상황에 이르렀다.
수사관은 C에게 합의를 보라고 말한다. C는 다소의 억울한 감정이 들지만, D를 찾아가 사과하고 합의해 달라고 요청을 해야 했다.
# 흥분하면 나중에 크게 지게 된다
두 사례는 실제 소송상 있었던 사례를 요약, 각색한 것이다.
A는 B의 계산상 정산금이 자신의 계산상 정산금과 차이가 나는 이유를 살펴보고, B가 제안한 건물 매각에 대해서 면밀하게 검토해 보았어야 한다. 그런데, 동업관계에서 A는 자기 주도권이 빼앗기고 손해를 보는 듯한 생각에 빠져 자신의 요구사항대로 되지 않으면 B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결국, A는 14억보다는 적지만 10억을 정산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1억 조금 넘는 돈만을 수중에 가지게 되었다.
C는 D의 사과를 받아주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부렸어야 했다. 술집에서 몸끼리 부딪히는 것이 그리 중대한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괜히 C는 자존심이 상한 것처럼 흥분해서 먼저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후일 더 친절하게(?) D에게 사과를 해야만 하고, 합의를 부탁해야만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사실 순간적으로 화가 나는 상황에서 냉정을 유지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누군가의 마지막 자존심의 영역을 침범당하면 냉정을 유지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먼저 흥분하는 쪽이 지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시점에서 지지 않더라도 후일 크게 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더 큰 금전적 손해는 물론, 더 큰 자존심의 훼손까지 경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존심상하고, 손해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흥분하면 냉정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순간과 상황을 피해야 한다. 흥분하면 나중에 크게 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