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의학 윤리학자 에지키엘 엠마누엘, 린다 엠마뉴엘이 쓴 논문에 따르면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를 1. 가부장적 관계, 2. 정보를 주는 관계, 3. 해석적 관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통상의 인간관계에 비추어 달리 해석을 해 보면 이렇다.
# 가부장적 관계
전문가가 비전문가에게 권위를 가진 사람으로서 비전문가에게 최상의 방법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관계로, 의사결정은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구비하고 있는 전문가가 행한다.
전문가는 비전문가에게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정보와 지식만을 제공하고, 전문가가 최선의 방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믿는 관계이다.
# 정보를 주는 관계
전문가는 비전문가에게 사실과 수치 등 자료를 제공한다. 선택은 비전문가에게 달려 있다. 전문가가 A 방법은 이런 효과가 있고, B 방법은 저런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면 비전문가가 선택을 하는 것이다. 최종 의사결정이 비전문가에게 달려 있다.
이 관계에서 전문가는 최신 지식과 정보를 알아내어 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화로 변화되고, 비전문가는 스스로 선택하고 위험부담을 스스로 감내하겠다고 결심하면 된다. 비전문가의 결정에 자율성이 보장된다. 하지만, 그 결정과 선택에 따르는 위험은 고스란히 비전문가의 몫이다.
# 해석적 관계
전문가는 비전문가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이해하도록 돕는 관계이다. 일반적으로 정보와 상황을 제어하기도 원하지만, 때로는 누군가 우리의 결정을 대신해서 안내해 주기도 원할 때도 있다.
해석적 관계에서는 전문가가 비전문가에게 중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걱정되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들은 뒤 플랜 A와 B 중 비전문가의 상황에서는 어느 것이 우선순위가 있겠다는 의견까지 제시된다.
즉, 해석적 관계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이 공유되는 관계라 할 수 있다.
일방적인 결정을 강요당하는 것이 싫지 않거나 그렇다고 위험을 온전히 감당할 만한 용기도 없다면 해석적 관계가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해석적 관계에서는 전문가가 일차적으로 비전문가의 니즈를 해석해야 하고, 전문가가 제시하는 방안들에 대해 비전문가가 그 조건제시를 해석해야 한다.
신뢰와 인내를 바탕으로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노력을 상호간에 기울이다 보면, 해석 그 이상의 답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고, 보다 나은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