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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우리의 뇌는 고통과 같은 경험을 경험하는 순간에 내리는 평가와 나중에 내리는 평가의 두가지 방식이 있다고 한다.


보통 경험하는 순간에 내린 평가의 합이 나중에 내리는 평가로 여기기 쉽지만, 그렇지 않고 우리의 뇌는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과 마지막에 경험한 고통을 기억하게 된다고 한다. 이를 정점과 종점의 규칙(Peak-End rule)이라고 한다.


인간의 자아는 매 순간을 동일한 비중으로 견뎌내는 '경험적 자아'와 시간이 지난 후 최악의 시점과 종료 시점 두 지점에만 거의 모든 비중을 두어 평가하는 '기억하는 자아'로 구별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팀이 경기 내내 이기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역전을 당하게 되면 마지막 경기 내용 때문에 경기에 패배하였다고 느끼게 된다. 경험하는 자아는 경기 내내 즐거움을 느꼈지만, 마지막 순간 때문에 기억하는 자아는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평가할 때 단순히 매 순간을 평균내서 평가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삶은 대체로 별다른 일없이 지나간다. 다만, 인간에게 삶이 의미를 가지고, 또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하나의 삶이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순간들이 모여서 전체적인 구도를 구성한다. 다만, 경험하는 자아는 순간에 몰입하는 자아로서 기쁨의 정점이나 고통의 깊이를 인식하지만, 기억하는 자아는 전체적인 연결구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인식하려고 한다.


야구경기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마지막에 역전당함으로써 즐겁게 보낸 시간마저 망쳤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그 경기가 하나의 이야기이고 전체적인 연결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하는 자아는 그 결말에 관심을 가진다.


기억하는 자아는 강렬한 기쁨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평범하고 꾸준한 행복감을 인식하지 못 한다. 경험하는 자아가 무시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의 마음은 오래도록 지속되는 기쁨과 짧은 고통을 선호하는 모순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같은 모순은 기억이 기간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삶은 유한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불확실할 때는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 모두가 중요하다. 경험하는 기쁨 중에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삶의 정점이 아직인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종점에 이르러 경험적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의 각 인식이 대체로 동일성을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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