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언제부터인가 계획되지 않은 만남을 번개라고 표현했는지 그 기원과 연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 표현이 참으로 와 닿기는 하다. 번개는 갑작스러운 섬광, 그리고, 굉음을 동반한 임팩트있는 자연현상이다. 그리고, 번개를 맞으면 새까맣게 타 죽을 수도 있지만, 콩을 구워 먹을 수도 있다.
번개팅, 번개모임을 가진다는 것은 그 멤버에 대해 이성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 그런 관계이다. 그저 그 당사자가 좋아서 보고 싶어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특별히 중요한 스케쥴이 없어 그 번개의 요구를 쉽사리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번개를 할 수 있는 관계가 어쩌면 가장 친근하고, 격없는 진솔한 관계일 것이다. 찰나처럼 번개가 일어나는 것처럼 약속을 맺을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너무나 짧은 시간 동안 승낙하는 관계라면, 그 관계의 친밀도는 상당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행색이 파리해도, 화장이 잘 먹지 않은 상황이어도, 습도가 높아서 머리가 촤악 가라앉은 상황이어도 번개에 응할 수 있다면, 상대방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심각한 부담이 없는 관계이다.
하지만, 번개를 수용하고 수행하는 몇 가지 상황에서는 해야 할 일을 미루고, 피로도를 고려치 않고, 모임에 나아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즉흥적인 결정이었기 때문에 내일이나 자신의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고, 'yes'라고 답한 후 살짝, 급작스런 후회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번개의 성격을 가지는 모임은 다분히 감정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번개는 바쁜 생활 속에서 활력이 될 수 있고, 무언가 일탈에 가까운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는 의사결정 중 하나일 것이다. 번개를 요구받거나 어디엔가 번개를 요구할 수 있다면, 혈연관계가 아닌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관계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 중에 하나라고 느껴도 무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