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발을 헛딛으면 실족했다고 한다. 실족은 행동거지를 잘못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확장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물리적인 실족은 가볍게는 엉덩방아를 찧거나 발목을 접지르는 수준에서 엉덩이 뼈에 금을 가게 하거나 더 큰 상해를 입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실족은 치료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인생에서 실족하는 경우이다. 순간적인 충동을 억제하지 못 하거나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실패를 불러오게 하는 실족이 그러한 경우이다. 얕은 유혹에 빠져 실족해서 그간 쌓아올린 돌탑의 의미를 일순간에 져버리게 하는 경우도 많다.
범인들이 근접할 수 없는 지위에 오른 사람, 만져볼 수 없는 재물을 모은 사람, 아름다운 창조적 작품을 만든 사람 등 참으로 훌륭한 사람들이 그간 걸어온 인생의 뒤안길을 무색하게 만드는 단 한번의 실족으로 낯이 부끄러운 상황을 만들어 세상의 찬사를 받다가 그보다 더 할 나위없는 비난을 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실족하는 이유는, 교만해 지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돈을 그런대로 모으거나, 성공하거나 권력을 부여 잡거나 하게 되면 교만해 진다. 그 교만이 순수했던 시절의 신중함과 절실함을 몰아내고 사람과 현상에 대해 경시하는 태도를 갖게 한다.
타인이 칭찬해 주는 것에 너무 심취할 필요가 없다. 미모도, 권력도, 재물도 한 순간 스쳐 지나가는 것일 뿐이다. 항상 살얼음을 걷듯이 뒷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앞발이 꽁꽁 얼은 얼음인지, 살얼음인지 짐작해 보려는 신중함을 잃지 말고, 겸허하게 생활해 나가야 한다.
나를 보는 타인의 눈의 깊이는 내가 늙어갈수록 같은 깊이로 깊어진다. 누군가 내게 과도한 친절을 베풀 경우에는 그 때는 그 타인의 의도를 의심해 볼 것이 아니라, 그 달콤함에 젖어들고 있는 자신을 경계해야 하는 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