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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오션이라 힘드시겠어요?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오늘 모 법인 대표와 재판에 함께 출석했다. 앞 사건들이 지연되어 우리 사건도 지연되었다. 대표가 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가자고 해서 따라 나갔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더니 대표가 이런 말을 한다.


변호사 업계도 레드오션이라 힘들겠어요?

잠시도 망설임없이 "그렇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대표의 담배 한 개피가 필터 앞까지 다 연소되자 다시 법정으로 들어섰고, 재판을 마쳤다. 이제 판결선고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인사를 나누고 의뢰인과 헤어졌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기록이 든 가방은 더 무겁게 느껴졌고, 좀전에 그 대표가 던진 질문이 계속해서 여운을 남겼다.


레드오션은 이미 잘 알려져 있어서 경쟁이 치열한 시장, 경쟁이 치열해 성공을 낙관하기 힘든 그런 시장으로 피튀기는 싸움을 연상케 하여 붉은 색을 상징으로 시장을 표현하는 말이다.


의뢰인이 변호사 시장도 레드오션이라고 평가하여 질문을 던진 그 순간에 지체없이 동의할 것이 아니라 "레드오션이라고 하더라도 열심히 하면 전부 불황을 경험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예전보다 힘이 들 뿐이지요". 뭐 이런 식의 대답을 할 수는 없었는지 반추해 본다.


즉답이 나온다는 것은 평소 그와 같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그래도 나는 다를 것이다. 나는 괜찮을 것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의뢰인의 질문에 순순히 긍정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텐데, 평소에 나 역시 이제 변호사 시장도 레드오션이 되었고, 그 경쟁의 치열함은 매순간 피부로 느껴왔음을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법률시장은 급변해 버렸다. 진입하기 쉬워진 탓에 여러 분야로 진출해 저마다의 기량을 발휘해서 균형있는 사회발전에 이바지하기 보다는 전문직으로 똑똑한 젊은이들이 자주적 판단없이 몰려들고 있다.


레드오션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많이 일하고, 더 낮은 가격의 상품과 용역을 제공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장논리에 입각한 방법만을 추구할 뿐, 학문적 깊이나 전문성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겨를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레드오션의 열기가 사그러들까. 묵묵히 기다리면 상황이 호전될까. 내일은 오늘보다 낫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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