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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Oct 20. 2016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소견

윤소평변호사

광주지방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해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것은, 종교와 개인의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이를 형사처벌로 제한할 수는 없고, 유럽연합의 기본권헌장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문화하는 등 국제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 왔고, 600명 정도로 추산되는 병역거부자를 현역에서 제외한다고 병역 손실이 발생하거나 병역 기피자를 양산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이유에 기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국가는 소수자의 권리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선진국의 사례에 비춰 대체복무제 등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양심이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 정의된다(헌법재판소).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가 개인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해 왔다. 아울러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라는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쉽사리 내릴 수 없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나라를 지켜야 하는 의무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국민에게 있고, 특히, 남자의 경우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군복무를 일정 기간 해야 하는 것으로 제도가 마련되었다. 


총을 부여 잡고 사격을 하고, 특히, 전쟁이 발발할 경우 타인의 목숨을 앗아야 하는 상황의 주체가 바로 '내'가 될 수 있으므로 종교적 신념, 양심과 반하는 행동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내적 신념과 양심에 배치되는 행위를 강요받을 수 밖에 없고,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기본권이 침해되는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종교의 교리가 집총거부를 율법으로 삼고 있어 그 종교를 신봉하는 자들이 병역을 거부하는 것을 두고 양심과 종교의 자유상 그대로 허용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기독교 신자도 사랑을 배우고, 불교신자도 자비를 배운다. 다른 종교를 신봉하는 자들, 그리고,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타인의 목숨을 소멸시키는 행위를 하고 싶지는 않다. 종교적 양심이든, 인간적인 양심이든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절박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임이 틀림없다. 


우리 국가와 사회는, 특히, 헌법재판소와 사법부는 개인의 종교, 양심의 자유와 국방이라는 두 화두를 놓고서 보다 중요한 공익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국방이라는 가치를 우선 선택하여 이 선택지 내에서는 개인의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양보를 요구하는 결정을 했다. 그리고, 일부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수가 그 합의에 큰 불만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단 특정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만 양심적 갈등을 겪는 것은 아니다. 모든 병역의무자들이 양심적 갈등을 겪고, 그리고, 할수만 있다면 고된 병역의무를 회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이유는, '부모형제가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는 가치 때문이다.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배려할 필요성도 있다. 민주주의 하에서는 그러한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해야 그 의의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다수와 소수, 그리고 배려. 이러한 문제들도 국가라는 하나의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나 논의될 수 있는 것이다. 


좋아서 총을 잡을 이가 있는가. 좋아서 최전선에서 복무하기를 희망하는 이가 있겠는가, 그리고, 대체복무라는 것을 싫어할 이가 있겠는가. 


나의 자유의 한계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 있을 것이다. 군에 있을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위안이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이다. 군생활도 시간이 지나면 마감이 된다. 소수자들도 이 나라에 터전을 잡고 사는 한, 내심의 자유를 한시적으로 양보할 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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