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피해자와의 합의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피해자가 피고인(피의자)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형사처벌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할 수 없는 범죄유형, 명예훼손, 폭행죄 등)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수사단계에서는 공소권없음의 처분이, 소송단계에서는 공소기각의 판결이 나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게 됩니다.


또한,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는 양형에서 중요한 참작사유로 형의 감경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피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받아내는 것을 통상 합의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의 처벌을 원하는 의사가 완고하고 확고하여 피고인(피의자)이 아무리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더라도 합의가 결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호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이런 경우 직접 피해자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입은 상처와 억울함 등에 대해서 최대한 들어주고 위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피고인을 용서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합니다. 그 과정은 짧지 않습니다. 비교적 장시간을 두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치 변호사가 피고인이 된 것처럼 사과를 하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직접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나 보면,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화를 누그려뜨리고 합의여부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겠으니 시간을 달라는 말을 건냅니다. 피해자로부터 이 정도의 대답을 들은 것만으로도 지금껏 들인 시간과 공이 아깝지 않습니다. 더구나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쉽게 마음에서 우러나올 수 있는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하고, 피해자에게 시간과 여유를 줄 필요도 있습니다.


며칠 후 변호사로서 다시 피해자에게 연락을 합니다. 피해자는 생각해 보았지만 끝내 합의를 못 해 주겠다고 하거나 합의를 하겠다고 말하는 두 가지의 유형의 태도를 보입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피해자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훌륭하고 관대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답례를 합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에는 힘이 빠지고 피해자를 다시 설득해야 하는 노력을 재차 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합의를 해 주더라도 피고인이 처벌은 받게 되어 있고, 다만, 그 합의로 인해서 피고인이 좀더 가볍게 처벌받을 뿐이라는 설명과 함께 피고인이 마련한 소정의 합의금도 별도의 소송없이 받으실 수 있다고 설명을 덧붙입니다.


장시간의 대화 끝에 피해자의 마음이 녹으면 이 모든 수고와 노력이 아깝지 않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피해자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 참으로 허탈할 뿐입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고인이 안겨 준 상처와 고통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피고인에게 최대의 형벌을 가하고, 콩밥을 먹인다고 해서 이미 입은 상처와 고통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용서를 해 준 피해자는 어느 정도 심적 평온과 치유를 경험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변호사로서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뇌리에 스쳐갑니다. 의뢰인인 피고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과 피해자에게도 이중의 고통이 되지 않고 치유가 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는 권리는 특권에 해당하는 것이고, 용서를 구하는 것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용서는 동물로부터 사람을 사람답게 구별지워주는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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