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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불리운 게 언제인가요?

답을 낼 수 없더라도 생각은 할 수 있지 않나요?

by 윤소평변호사

우리가 태아 시절이었을 때도 태명이 있었고, 태어나면 이름이라는 것으로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호칭이라는 것은 존재가 이름지어져 부름을 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름을 불리운 기억이 있는가?


아들, 딸,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등 이름을 역할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인식하기도 이전부터 그렇게 되어 버렸다.


이름이 불리우지 않는다는 것은 역할에 대한 기대와 의무만이 있을 뿐, 존재의 의미에 대한 희석이 있을 뿐이다.


언제부터 이름을 잊어버렸을까. 우리의 이름은 매일 하는 메일, SNS, 다양한 매체 속에서 ID로 대체되어 버렸다. 나의 이름은 영문자가 대신한다. 그것도 정확하게 이름을 표음하는 것도 아니다.


일을 하면서도 그렇다. 직책과 직역이 이름을 대신한다. "이대리", "김과장", "박실장님", "조주임" 등 이름은 불리우지 않는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김춘수 시인의 시 귀절이 생각난다. 이름은 존재를 의미하고, 이름을 부르는 사람에게 존재의 의미가 다가서는 것이다.


모두가 이름만을 부른다면 대체로 평등하고 동등한 지위를 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름이 불리운지가 언제인지 기억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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