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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점호준비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점호는 한 사람씩 수를 세어가면서 인원을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군대에서는 취침 전에 점호를 하는데, 지금의 군대 점호와 예전 점호는 사뭇 다르다.


예전 점호는 합법적인 얼차려 중 하나였다. 고참들이 후임병을 갈굴때 점호준비 상태를 트집잡아 많이 괴롭혔다. 특히, 당일 일과 시간 중에 어떤 사고나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그날 점호는 긴장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점호준비는 기본적으로 내부반 청소, 화장실 청소, 개인장비, 개인 목욕상태, 인원체크 등으로 이루어진다. 점호준비상태 불량으로 깨지지 않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곳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최대한 청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청소가 미처 되지 않은 곳을 고참들은 지적한다.


액자뒷면, 책의 윗부분, 유리창 구석, 소변기 배수구, 형광등 갓, 청소한다고 하더라도 미처 이런 부분까지 고참들이 들추어 낼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 한다. 그러면서 청소상태가 불량이라고 후임병들을 꾸짖고 얼차려를 시킨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에게 보급되는 치약량이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안된다. 보급량과 사용기간에 맞추어 적정량이 잔존해야 한다. 심지어는 속옷 위생상태도 점검하는데, 미쳐 빨래를 미룬 경우에는 이부분도 지적당한다.


한때는 고참들이 개인감정을 실어서 후임병을 괴롭힌다고 생각하고, 문제를 일으킨 해당 병사만 꾸짖으면 될 일을 아무 잘못이 없는 다른 병사들까지 싸잡아서 꾸짖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군은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사람은 나태해지고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써 가며 생활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정한 긴장상태를 늘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조직관리와 유지에 있어서 당근만으로는 부족하고, 느슨해진 조직구성원들을 경각시킬 필요도 있다. 리더가 개인감정과 화풀이로 조직원들을 괴롭혀서는 안되지만, 조직원들 본연의 역할을 때에 따라 상기시키고, 느슨해진 정신을 고무시킬 필요도 있다.


군생활 시절 점호준비는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과정이 불필요하고 부당했다고만 여겨지지 않는다. 늘 하던 식으로 해 왔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나름의 점호준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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