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 사실관계
A는 2011. 4.경 B의 땅을 3억원에 구입하기로 하면서 "이 땅을 담보로 3,000만원을 빌려 계약금으로 주겠다"고 B를 속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약속보다 많은 1억원을 빌린 다음 계약금을 내고 남은 7,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A는 또 다른 땅주인들을 상대로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토지거래 허가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 서명하게 한 후 이를 이용해 총 8억2,000만원을 대출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1, 2심은 "피해자에게 약속한 근저당권 이외에 추가로 근저당권을 설정해줄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해 사기죄가 인정되지 않다"며 무죄 판결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2016도13362)은,
1. 피해자가 처분 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피해자의 행위가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 행위로 평가되고, 이런 행위를 피해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행위에 상응하는 처분 의사가 인정되는 점,
2. 피기망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그와 같은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한 피기망자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점,
3.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결과, 즉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그 법적 효과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날인함으로써 그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역시 인정되는 점
등을 이유로 B가 처분행위에 대해 인식하지 못 하였다거나 처분행위의 결과에 대해 인식하지 못 하였다고 하더라도 기망행위로 인해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경우에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 변호사의 TIP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린 후 그 타인이 재산상 처분행위를 하여야 성립합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주관적으로 재산상 처분행위를 인식하거나 처분의사가 있었어야 사기죄로 인정을 해 왔습니다. 금번 대법원 판결은 피해자가 처분행위를 인식하지 못 하였다고 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는 것으로 사기죄 성립요건을 완화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사례에서 피해자가 인식한 근저당권 이외에 피고인이 추가로 설정한 근저당권은 피해자의 처분의사나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처분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1심, 2심은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피기망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그와 같은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한 피기망자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추가적인 근저당권설정행위 즉, 처분의 결과에 대해 피해자의 인식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와 같은 경우에는 기망행위가 직접적인 재산상 처분행위에 대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예컨대, 피해자에게 대출, 세금환급 등을 기망하여 현금인출을 하게 하거나 자발적으로 송금하도록 하고 있어 피해자의 명확한 처분행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에도 대법원의 판결취지에 따르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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