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etter life

가난이 죄는 아니지만 불편하다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가난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누구도 가난한 가운데 살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난은 의지와는 무관하게 부모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외부적 환경 때문에, 또는 개인적인 나태와 부족함 때문에 발생한다.


가난이 죄는 아니지만 삶에 여러 가지 불편함을 제공한다.


가난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당사자(부모, 친구, 가족에 대한 보증 등)의 부끄러움을 연대해서 느껴야 했고, 부모의 직업란을 적을 때 손과 얼굴을 부끄럽게 만든다. 게다가 스스로가 가난할 때는 자신의 자녀들이 꼭 같은 부끄러움을 대물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가난하다는 것은 선택사항의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여력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없고, 주어진 대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선택이라고 할 수도 없다. 궁지에 몰리듯 막연한 상황에 처하게 될 뿐이다.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생각에 빠질 때 후회가 밀려든다. 좀더 성실하고 구체적으로 삶을 채워 나갈걸. 깊은 후회와 반성에도 불구하고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어찌할 수 없는 이 상황과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기만 하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가난이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가난을 겪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삶을 좀더 치열하게 살 수 있도록 에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가난한 자도 있고, 재물로 인해 파괴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가난은 마음의 풍요를 가져다 줄 가능성을 제공하고, 삶과 가족을 좀더 깊이 있게 관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대부분이 가난하다. 하지만, 깊이 알고 있는 사실은 '공수래, 공수거'. 그 속에서 잠시 의미를 찾다가 한줌으로 사라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p.s) 모두가 풍요로워 지기를 바라면서 잠 못 드는 밤에 얕은 시름과 깊은 넋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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