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눈을 뜨면 온 가족이 분주하다. 나와 집사람은 출근준비로 바쁘고, 아이들도 등교와 어린이집 등원준비로 부산하다. 할머니는 아침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방금 잠에서 깨어난 먹먹함 때문에 정신이 제 정신으로 돌아오는데 다들 시간이 걸린다.
요즈음 아이들은 이른 시기에 '스케쥴'을 갖게 된다. 과거에 비하면 스케쥴이 상당히 타이트하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은 이른 시기에 부모로부터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다. 귀가를 해서도 여러 과제가 있고, 학원을 가야 하기 때문에 스케쥴은 끝나지 않는다. 직장으로 치자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서 무언가를 계속 하고 있다.
평일 저녁 운좋게 '저녁이 있는 삶'이 허락되면 낮에 있었던 스케쥴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다. 나아가 과제는 완수했는지도 첨가된다. 나 역시 해결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같은 식탁에서 밥을 함께 먹고 있지만, 여전히 각자의 스케쥴에 구속되어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은 꽤 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식구 전원이 별다른 스케쥴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유효하다. 누군가 스케쥴이 있는 경우에는 다같이 지내야 하는 여가를 순순히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다시 각자의 스케쥴이 연장된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다들 하고 있는 시스템, 분위기 속에서 구해 내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놀아줄 친구가 없다. 다들 어딘가로 출근하고 퇴근하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그 범주에 포함시켜야만 친구를 만날 수 있다.
언제부터 이런 식으로 변화되었는지 알 수 없다. 다수가 하니까 부득이 따라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아이들이 넘치는 스케쥴을 소화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정작 부모에게서 조금씩 멀어져만 가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