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 인식_사람
사람에 대해서 별 기대를 갖고 살지 않는다. 무엇보다 관심이 없다. 그래서 대화 주제가 사람인 것은 불편하다. 친구여도 마찬가지다. 친구 본인의 이야기면 좋은데 친구의 가족이나 지인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게 이야기 주제이면 별 재미를 못 느낀다. 그걸 알아서 내가 뭐에 쓸게 하나도 없다. 즉 나에게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이고 그것을 듣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느끼는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사람보다는 동물이나 지역 또는 취미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나는 사람에 대한 편견은 최대한 갖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내가 아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오래 만났지만 그들의 출신학교, 사는 곳, 부모님 직업, 형제관계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직접 이야기하지 않으면 나는 절대 그런 것들을 묻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스스로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 일 수록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맞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그런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사람들도 빈 수레가 요란한 부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는 알베르 까뮈가 있다. 그의 소설 중에 이방인이 가장 유명하지만 나는 그의 최초의 인간이라는 자서전 같은 소설을 좋아한다. 그의 어린 시절 모든 것이 영화처럼 써져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언젠가는 알제리에 가보고 싶은 열망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최초의 인간이라는 말이 좋다. 자신의 관점으로 보면 우리 모두는 최초의 인간이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사람에 별 기대를 갖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에 어떤 글에서 여자들은 줄을 안 선다는 걸 본 적이 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줄 때문에 황당한 기억이 세 번 정도 있었는데 두 번이 여자였다. 한 번은 유럽에서 꽤 유명한 공원 앞에 작은 상점이었는데 과자를 사려고 갔는데 계산을 해달라고 과자를 놓는 순간에 두서없이 뒤에서 여러 명의 한국 아줌마들이 막 들이대고 과자를 샀다. 두 번째는 국내였는데 호텔 체크인을 하려고 프런트에서 직원을 기다리는데 뒤에 온 아줌마가 내가 서 있는데도 내 옆으로 서더니 체크인한다고 종업원을 불러댔다. 나는 두 번 다 그냥 그대로 내버려 뒀다. 기본적인 교양이 없는 사람들에게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다행히도 직원이 알아보고 먼저 온 나부터 처리해 줬다.
세 번째는 인천공항에서 서울 오는 공항버스 정류장에서였다. 웬 나이 든 아저씨가 가장 앞으로 당당히 가서 섰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기가 막혔지만 여기 줄이 있다. 맨 뒤로 가라고 해줬다. 내 앞뒤로 일본 관광객들이어서 내가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그 나이 든 아저씨는 별말 없이 뒤로 갔다.
결론은 여자들이 줄을 안 선다기보다는 줄 안 서는 사람들은 줄을 안 선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평생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모든 일에서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고, 전체적인 상황을 보는 눈이 부족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람은 환경이나 교육으로 바뀌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바뀔 수 없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작은 것이라도 남에게 아무 생각 없이 피해를 주는 유형이면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