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햇살 노포

입맛의 성장_맥모닝

by YS

요즘 나의 가장 행복한 시간은 산책 후에 즐기는 맥모닝의 시간입니다. 겨우 맥모닝이 뭐냐고요? 겨우라니요? 이제부터 제가 말하는 맥모닝에 대해 잘 들어 보세요.


맥모닝을 알게 된 건 이십 대 초반이었어요. 빅맥 세트를 먹다 보니 좀 질리는 거예요. 그래서 메뉴판을 보다가 달걀도 있고 해시브라운도 있는 세트가 있길래 먹으려고 주문했더니 그건 시간이 정해진 메뉴였어요. 그래서 다음엔 꼭 맥모닝 시간을 지켜서 먹어야지 결심했어요. 그런데 그 결심을 지키기가 매우 어려웠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인데 그 시간에 일어나 지지 않는 거예요. 왜냐면 그때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거든요. 차라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정말 이상한 취급을 받았어요. 모두 되도록이면 점심시간 즈음부터 모든 걸 시작하는 스타일이었죠.

간혹 어떤 학기에는 1교시 수업이 있다고 해도 일어나자마자 수업에 갔다가 나오면 열 시가 넘게 되고 아침 메뉴는 날아가 버리는 거예요. 수업 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수업을 받으러 가야 되는데 그건 이십 대 초반의 삶에는 어울리지 않는 본능을 크게 거스르는 일이었어요. 그렇게 맥모닝에 대한 그리움이 시작되었어요. 돈이 있어도 쉽게 먹지 못하는 음식이니까요. 그런데 그 그리움이 채워질 때가 있었어요. 학기말 시험 때는 밤을 새울 때가 가끔 있는데 그러면 이른 아침에 맥모닝 메뉴를 먹으러 갔어요.

그러다가 직장에 다니게 되니 아침 일찍 다니는 게 싫어도 습관이 되었어요. 생계형 습관이 형성된 거죠. 그래도 맥모닝을 먹을 수는 없었어요. 근처에 맥도널드 매장이 없었거든요. 미국 대사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맥도널드인데 하필 내가 직장생활을 하던 메가시티의 한복판에는 맥도널드가 없었어요. 우리나라 브랜드 햄버거 매장이 길 건너에 있었는데 거긴 점심시간에 딱 한번 가보고 평생 가본 적이 없어요. 직장을 몇 번 옮겼는데 그때도 맥도널드는 근처에 없었어요. 내 맥모닝은 수년간 잠재적 아침메뉴로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을 이사하고 나서 맥도널드 매장이 주변에 2개가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아침 시간에 여유가 생겼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걸 즐길 줄도 알게 되었고요. 아침 산책을 하고 맥도널드에 들러서 맥모닝 세트를 먹는 게 어렵지 않게 되었어요. 이제는 맥모닝 세트가 시간도 공간도 허락되는 지점에 와 있는 겁니다. 이 지점까지 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한때는 작은 소망이었다가 잊혔다가 그리고 이제는 원하면 일상의 계획 속에서 쉽게 멕모닝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어요.

빅맥의 포인트는 잘게 다진 피클맛이 느끼함을 잡아 주는 것이라면 맥모닝의 맥머핀이 주는 포인트는 은근함이에요. 포실포실한 잉글리시머핀 사이에 베이컨과 치즈 그리고 달걀 프라이가 들어가 있는 작지만 알찬 맥머핀은 냄새부터 은은해서 아침에 잘 어울려요. 빵의 질감은 겉은 포실포실하고 씹으면 쫄깃합니다. 그리고 체다치즈는 잘 녹아있어서 특유의 치즈 향이 진하게 나요.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탄탄한 달걀 프라이가 베이컨과 함께 씹히는데 베이컨의 짭조름함이 달걀의 밍밍함에 간을 잘해줘요. 맥머핀이 크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오래 씹어야 합니다. 이렇게 완벽한 작은 머핀을 씹다 보면 커피 한 모금이 좀 그리워요. 그때 커피를 한 모금 넘기면 널찍한 접시에 담긴 근사한 몇만 원짜리 아메리칸조식을 먹는 것이 부럽지 않습니다. 맥머핀을 다 먹고 나면 네모난 해쉬브라운을 먹어요. 짠맛과 느끼한 기름 맛이 있지만 바삭해서 과자 같은 후식 느낌도 납니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커피를 마시면 맥모닝의 시간이 끝납니다. 그렇고 그런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아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단한 맛집의 아침밥일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 어딜 가도 비슷한 맛과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맥모닝의 메뉴는 주관적인 평가를 하자면 맥도널드 메뉴 중에 세월이 흘러도 맛과 질의 변화가 가장 적었어요.


오후에 해피타임인가는 생겨서 간식을 할인해서 팔긴하던데 맥런치 맥디너는 없어요. 하지만 맥모닝은 있어요. 맥모닝은 발음도 상쾌합니다. 노란 햇살 같은 맥도널드의 표지판 하고도 잘 어울려요. 맥모닝을 먹으러 들어갔다 오면 기분이 좋아요. 내가 게으르지 않다는 느낌도 들고 아침에 못 일어나서 맥모닝을 꿈꾸던 때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나에게는 노포이고 맛집인 맥도널드입니다. 아무 때나 먹을 수 없는 맥모닝 시간에 파는 맥머핀은 나의 최애 메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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