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의 성장_샐러드
네모나게 자른 삶은 감자, 당근, 오이, 사과 그리고 삶은 계란 흰자를 마요네즈에 골고루 무치면 하나의 요리가 된다. 아무 때나 해 먹는 요리는 아니고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 잡채나 불고기와 함께 먹는 요리 중의 하나로 사라다라고 불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라다는 일본식 발음일 수도 있고 스페인식 발음일 수도 있다. 가끔 거기에 검은색 건포도가 토핑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나는 하얀 마요네즈가 듬뿍 묻혀있는 오이나 감자 그리고 계란 흰자를 골라 먹기를 좋아했다. 당근이나 사과는 잘 먹지 않았다.
물론 당근이나 사과가 두 개다 들어 가있을 때보다는 둘 중에 하나가 들어가 있을 때가 많았는데 나는 신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사과도 잘 안 먹는 편이었다. 시간이 흘러서 감자는 으깨셔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샐러드는 식빵이나 모닝빵 사이에 발라서 먹는 감자 샐러드라고 불렸다. 감자 샐러드는 생일날이나 특별한 날이 아니라 공휴일이나 주말에 특별한 점심으로 먹었다. 하지만 나는 삶은 감자가 살짝 뭉개져도 애초에 네모나게 썰려서 들어가 있는 오리지널 마요네즈 샐러드를 좋아했다. 나에게 샐러드의 개념은 하얀 마요네즈와 감자와 오이 그리고 계란 흰자의 조합이었다.
스무 살에 내가 살던 기숙사의 식당에는 점심과 저녁에는 샐러드바가 열렸다.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샐러드를 돈 주고 사 먹게 되었다. 네모난 플라스틱 그릇에 양상추를 넣고 그 옆에 커다랗게 썰어진 오이를 몇 개 넣었다. 둥글게 썰어져 있는 보랏빛이 도는 생양파는 지나쳤다. 그리고 브로콜리와 커리 플라워 몇 개를 얹고 셀러리나 당근을 지나치니 다음엔 더 넣을 게 없었다. 신기한 것은 커다란 쪽파 같은 것도 샐러드 재료로 담겨 있었다. 게다가 내가 모르는 여러 가지 샐러드 소스가 일회용 포장으로 담겨있는데 나는 오일베이스 소스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요네즈와 케첩이 섞인 맛을 내는 싸우젼드아일랜드 드레싱을 집었다. 거기에 약간 거칠 어보니는 모닝빵이 수북이 쌓여있는데 샐러드와 같이 먹는 그 빵하나를 얹으면 샐러드가 완성되었다.
문제는 계산이었다. 나는 그때 기숙사 식당에서 샐러드는 처음 먹어보는 거라서 그냥 샐러드 가격이 있는 줄 알았다. 계산대 앞에 갔는데 계산해 주는 학생이 뭐라고 말을 한다. 대체로 쟁반에 있는 걸 보고 알아서 찍어서 계산하는데 말을 시키는 경우는 드물어서 다시 쳐다보았다. 다시 하는 말이 샐러드를 앞에 저울에 올려놓으라는 말이었다. 그제야 나는 샐러드를 담은 네모난 플라스틱통을 저울에 올렸다. 무게만큼 가격이 매겨졌다. 샐러드는 처음으로 무게를 재서 돈을 내고 사 먹은 음식이었다.
나는 한식과 미국식에 익숙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각종 이탈리안식 그리고 중식 일식을 다 섭렵했다. 먹으러 다니는 건지 모르게 점심저녁으로 먹을 기회가 많았다. 특히 출장을 가거나 출장 온 사람들과 밥을 먹을 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자주 갔다. 사우전아일랜드드레싱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는 잘 먹지 않게 되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다니면서 오일 드레싱으로 입맛이 변했다. 토핑도 치즈나 올리브 열매가 올려진 샐러드를 먹는 게 좋았다. 그래도 식사 대용으로 샐러드를 먹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항상 사이드 개념으로 샐러드를 먹었다. 어느 날 영국 출장을 갔는데 점심시간에 바빠서 일하고 있으니 비서가 샐러드만 한 접시 포장해서 갖다주었다. 토핑은 병아리 콩이었는데 건강을 생각해서 먹으라고 준거겠지만 나는 그날 샐러드를 먹고 배탈이 났다. 그 이후로는 병아리콩을 사 먹은 적이 없다. 뭔가 배탈이 날 기분이 든다.
요즘은 지나가다가 샐러드만 파는 가게를 지나친다. 샐러드만 식사처럼 먹는 게 흔한 일이다. 집에서 야채를 사서 씻고 먹는 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사 먹는 게 편하다. 그러나 나는 샐러드만 파는데서 사 먹은 적이 없다. 사이드로 샐러드를 시켜 먹지 샐러드만은 먹지 않는다. 샐러드만 팔려면 토핑은 스테이크나 닭가슴살이 들어가고 작은 모닝빵 같은 거라도 옆에 한 덩이 나둬야 먹을만하단 생각이 든다. 토핑을 고르는 데는 있다. 그런데 베이스로 깔리는 양상추 같은 야채의 양도 개인이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무게를 재서 돈을 내고 먹었던 그때처럼 말이다. "양상추 백 그램에 파프리카 오십 그램, 수비드 닭가슴살 백 그램 넣어주세요. 올리브오일과 후추만 뿌려주시고요." 이렇게 샐러드를 파는 데가 없어서 아직은 안 사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