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이해관계자

학생 때에는 몰랐던 것들

by Som

대학교 3학년 시절, 한 교수님은 유난히도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를 강조하셨었다. 정부, 기업, 이해관계자가 대면할 수 있는 창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토대로 경제성, 사회성, 환경성을 충족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사례를 찾는 것이 조발표의 목표였다. 당시엔 그 주제가 꽤나 이상적으로 느껴졌었던 것 같다. 물론 한국 사례는 잘 없고, 교수님도 거의 유럽 특히 독일의 예를 인용하셨다. 한국에서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란 머나먼 이야기일것 같았다. 경제도 어려운데 언제 한가롭게 정부, 기업, 소비자, 교수, 로컬주민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겠는가.



인턴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이 누군지 실감하게 되었다. 사실 모든 부서가 다 이해관계자의 중심에 있지만, 본점에 있었을 때는 정부 관계부처, 유관업무 관계부처, 그 유관부처의 산하기관, 파트너 국가의 공무원, 그리고 회사 내의 다른 부서들 등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맞닿아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턴으로써 업무의 약 30%는 회사 내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대신 받는 것이었다. 그만큼 여기저기서 전화도 많이 오고 회의, 출장도 잦았다. 학생 때 몰랐던 사실은, 외부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 이해관계자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도 '이해관계자와의 대화'에 포함되고,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으면 향후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잡음이 일어날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해외사무소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개방된지 얼마 안 되어 인프라 수요가 무궁무진한 미얀마는 수많은 회사, 기관들이 노리는 중점협력국가다. 해외사무소야말로 한국 공무원, 현지 공무원, 한국 본점, 현지에 있는 기타 유관기관, 사업진행을 위한 외부 회사 등 이해관계자의 한복판에 있다. 해외사무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한국 본점과 현지의 사정을 모두 이해하고, 서로의 입장 차를 조율하는 일이다. 조율이라는 게 말이야 쉽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데에서 오는 피로함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배웠던 이상적인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를 실천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업무상 이해관계자가 많아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야 하는 것과, 내외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를 불러모아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이다. 아마 모든 회사가 그럴 테지만, 외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내부를 설득하기도 바쁜데 입장, 배경이 완전히 다른 외부 관계자를 설득시킬 시간이 어디 있겠나.




인턴 나부랭이가 내부 사정에 대해 뭘 알아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쓰는 건가 싶지만, 지금까지 인턴 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로는 그렇다. 아직 한국, 특히 공기업에서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는 아직 이상적이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관협력이 대두되고 PPP와 BOT가 떠오르는 현재의 트렌드로 봐서는, 이해관계자와의 대화의 장 마련은 결국 넘어야 할 산이 될 것이다. 특히나 사업이 미치는 영향Impact이 중요한 개발협력계에서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