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첫인상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함, 다변성

by Som

하고 많은 국가들 중 미얀마를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아프리카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동남아로 가길 원했고, 이왕 개발도상국에 회사 지원을 받고 가는 거면 아예 덜 알려진 곳을 가길 원했다. 2011년까지 세계은행의 GDP통계도 잡히지 않았던 미얀마는 나에게 최적의 나라였다.


19th street, 통칭 세꼬랑 거리. 동남아스럽다



동남아에 대한 기억은 의외로 없다. 작년 말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온 베트남 하노이 하롱베이가 전부다. 그것 또한 한국사람들과 한국음식을 먹으며 다녔기 때문에 어느 국가나 도시를 여행했다 하기 옹색한 수준이었다. 나의 '동남아'에 대한 인식은 베트남의 관광버스 안에서 보았던 낡고 더럽고 음울하고 매연이 가득한 길거리의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얀마로 배정을 받았을 때, 설레기도 했지만 동시에 기대치가 매우 낮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으레, 더럽겠거니. 냄새나겠거니.



게다가 미얀마는 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최빈국이다. 아직 총 인구의 60%가 농업에 종사하며,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전력보급률이 30%밖에 되지 않아 정전이 수시로 일어난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에도 90년대 초반까지 사회주의적 쇄국정책을 유지했고, 2012년에 이르러서야 미국의 경제제재가 완화되어 글로벌 기업이 들어왔다. 팩트만 두고 봤을 때 기대를 가질 수 없는 구조인 건 당연했다.



그래서일까. 막상 도착한 미얀마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술레 파고다. 수요일 오후를 관장하는 불상 앞.




단언컨대, 서울은 전세계에서 가장 덥다. 미얀마는 생각보다 덜 습했고, 더웠지만 서울만큼 덥진 않았다. 아직 제대로 된 현지식을 먹진 못했으나, 숙소 음식 또한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숙소도 따뜻한 물 잘 나오고 에어컨 빵빵하고 와이파이도 서울 집 수준이다. 이 정도면 4개월을 잘 버틸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샘솟는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길거리 사람들이 보여주는 다양성이다. 다민족국가라고는 들었으나, 길거리 사람들의 피부색이 다 다르다. 민족이라기보다 외국에서 온 이민자같아 보이기도 했다. 불교국가이지만 엄연히 무슬림도 존재했으며, 인도계, 혹은 유대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이전에 살았던 독일과 달리, 겉모습만으로 이 사람이 이방인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양곤은 변화하고 있는 도시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시시각각으로 물가가 오르며, 수많은 건물이 지어지고 있고, 나름 최신식 중고수입차가 들어온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전통의상을 평상복으로 입고 다니며 도시 곳곳의 파고다에서 기도하며 살아간다. 찢어진 스키니진과 전통의상이 공존하며, 에어컨과 정전은 세트, 길거리엔 노점상이 즐비한 반면 공원에서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젊은이들이 포켓몬을 잡고 있었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한다는 말이 비로소 이해가 갔다.


양곤의 센트럴파크, 마하 반둘라 가든



내가 있을 4개월, 그 후로도 양곤은 기하급수적으로 변할 것이다. 할 수 있는 최대한 2016년 하반기의 미얀마를 붙잡아두고, 느낀 감정들을 정리해야지. 그 시작이었던 첫 3일의 인상은 '생각보단 괜찮다' - 혹은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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