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전형적인 관광지
미얀마에 여행을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2011년도에 본격적인 개방을 시작한 나라. 그 이전에 태국, 중국 등지에서 국경을 넘어와 여행을 한 사람들은 진정한 Frontier요, 개방이 시작된 후 5년이 지난 지금 미얀마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사실 여행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미얀마의 경주, 제1의 관광지 바간은 비수기임을 감안해도 ‘관광객들로 바글거린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그만큼 아직은 일반 여행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일터.
그러나 이상하게도, 미얀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은 블로그 후기들에는 유독 격찬의 글이 많았다.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느니, 다시 한번 더 오고 싶다느니 하는 글들. 그와 더불어 정말 아름답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의 사진들. 기대가 되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고생담이나 실망감을 드러낸 글이 없어서 좀 불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미얀마에 여행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동남아를 묶어서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내가 생각하기엔 이미 동남아 각지를 여행한 여행 베테랑이 ‘아시아의 마지막 남은 보석’인 미얀마까지 정복하는 느낌인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극찬이 나올 리가 없음.. 이미 2~30년간 관광화가 된 태국, 필리핀 등 타 동남아 국가에 비하면 사람들은 순수한 편이고, 안전하고, 바가지도 덜한 편일 테지. 실제로 여행객 중에는 서양인 노부부가 많았다.
그러나 동남아 여행을 경험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매우 피로한 여행이었다.
그 순수하다던 미얀마 사람들은 존재하긴 하는지 이 곳에는 호객꾼들만이 가득했다. 택시기사에게 길을 물어보면 으레 어디 사람인지, 내일 뭐하는지, 내일 자기 택시를 타고 뽀빠산에 가지 않겠는지- 등의 권유가 따라붙는다. E-bike를 타고 다니는 우리 뒤에서 따라붙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어보는 건 정말로 궁금해서라고 치자. 그러나 이 곳 사람들은 친절에 대한 대가를 바라는데 익숙해져 버린 듯했다.
이 곳은 아난다 파고다를 가기 위해 길을 헤매다 도착한 곳이었다. 거대한 사원의 모습에 이끌려 자연스레 발을 디뎠고, 사원 안에는 합장하며 불상에 기도하는 현지인들이 꽉 차있었다. 왠지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아 사원 주위를 돌고 있었는데 모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접근하여 틸로민로 파고다의 전경을 보여주겠다 제안을 했다. 그 때만 해도 바간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이것이 미얀마 사람들의 친절인가?’하며 승낙하고 그들을 따라갔다. 그들은 영어를 꽤 했다. 썩 괜찮은 대화들이 오갔고 낮은 사원의 위에서 바라보는 뷰도 나쁘지 않았다.
내심 도네이션을 요구하겠거니 생각했으나 이들은 우리를 각자의 기념품샵으로 안내했다. 심지어 그 둘은 모녀도 아니었다. 따라간 기념품샵에서는 자그마한 팔찌 하나에 2만짯을 부르더라. 처음엔 잘못 알아듣고 2천을 내밀었는데 2만이라더라. 내심 어이가 없어서 나가려 하자 원하는 가격을 부르란다. 그래도 우리에게 나름 나이스하게 대해줬으니 양심상 5천을 부르자 이 팔찌는 only 바간에서만 볼 수 있고 handmade라며 거의 읍소하는 것이 아닌가. 플리즈를 외치며 내가 너 저기 데려가 주지 않았냐며 내 팔을 붙잡고 징징댔다. 차마 떨칠 수 없어서 결국 6천에 합의하고 팔찌를 샀다. 이걸 기브 앤 테이크라 볼 수도 있겠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각지도 않은 지출이 나가는 것은 그리 썩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내가 외국인이고 돈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매달리는 것도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솔직히 불쾌했다.
그 이후에 간 아난다 파고다, 땃빈뉴 파고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이어졌다. 6~7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은 우리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한중일 3개국의 언어로 엽서를 사라고 외쳤다. 지진 때문에 사원 안을 들어갈 수 없어 사원 바깥을 도는데 역시나 그림 파는 사람도 나의 출신지를 물어보며 그림을 사라고 한다. 웃으며 거절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이런 일이 가는 곳마다 반복되자 정말 진이 빠졌다.
덜덜거리는 야간 버스를 타고 새벽 6시에 도착한 직후부터 5시간 동안 E-bike를 타고 다닌 탓에 안 그래도 몸이 힘든데 정신적인 피로감마저 더해지자, 점심을 먹기 전 마지막으로 도착한 쉐지공 파고다에서는 거의 넋이 나가 있었다. 이제는 나에게 영어를 쓰며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이 돈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사진도 거의 찍지 않은 채 쉐지공 파고다를 돌고 점심 먹을 레스토랑을 찾고 있는데 어떤 현지인이 여기 물 고여있는 것을 보라며 다가왔다. 아무 말 안 하고 한숨을 푹 쉬었더니 그 사람이 자존심이 상했는지 노머니 노머니 이러더라. 정말 호의로 이 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려주려 한 걸 수도 있는데 괜스레 미안해졌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바간 사람들은 관광객을 돈으로 여기는 경향이 점점 짙어지고 있는 듯이 보였다. 점심을 먹고 들른 냥우시장에서도 시장 사람들은 지나가는 우리를 가로막고 론지를 펼쳐 우리 허리에 강제로 두르려는 시도를 했다. 그 좁은 시장통 골목에서 기겁을 하며 그들을 피하고 다니길 수차례, 이제는 그 사람들에게 외국인이란 어떤 존재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쓰다 보니 내용이 길어져서 바간은 2부로 나눠서 업로드. 다음 포스팅에서는 부디 긍정적인 내용과 많은 사진을 담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