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바간-2

절경은 아무렇게나 찾아온다

by Som

우리가 바간에 가기 3주 전 미얀마 중부에서는 규모 6.8의 지진이 났고, 2000개가 넘는 불탑 중 400여 개가 손상되었다고 한다. 미얀마 정부는 ‘제대로’ 복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1987년 지금보다 더 큰 지진 피해가 있었을 때 당시 군부가 무너진 부분을 시멘트로 덮어버리는 등 문화재 복원은커녕 훼손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미얀마에 있는 동안에는 제대로 복원이 될 리 만무하니 그냥 떠나기로 한다.


출입을 막아버린 쉐산도 파야


오전의 사단을 겪고 숙소에서 잠깐 쓰러졌을 뿐인데 2시간이 사라지는 기적을 보고 난 후, 그래도 일몰은 봐야 되지 않겠냐며 일출, 일몰 명소라는 쉐산도 파야로 향했다. 그러나 지진 때문에 출입이 봉쇄되어 있었다. 이전부터 쉐산도 파야는 경사가 높고 관광객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만큼 지진으로 약해진 불탑 보존을 위한 당연한 조치인 듯했다. 그러나 택시기사 아저씨 왈, 지진 이후 현재 탑 위에서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은 단 두 군데라고 한다. 그래서 그중 가까운 불레디 사원으로 향했다.


IMG_3350.JPG 너른 벌판에 자리한 불레디 사원


이 곳에서는 바간 입장권을 내야 한다. 바간은 지역입장료가 존재하여 야간버스를 타도 버스 안에서 공무원이 강매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우린 그런 게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알고 보니 유명한 일출, 일몰 명소에서만 표 검사를 했다. 또한 사전 정보로는 $20 혹은 25000짯이었는데, 최근 환율이 오른 탓인지 $23을 달라더라. 그때의 환율이 $1=1230 정도였으므로 그냥 25000짯을 주었다. 저 달러 가격이 공식 가격인지 공무원이 임의로 정한 가격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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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조그만 사원이었고 높은 편도 아니었으나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사람이 있었고, 5시 반 정도 되자 굉장히 많은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일찍 가서 명당을 차지했음에도 불구, 우기라서 쨍한 선셋은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불레디 사원 바로 옆에 있는 파고다가 지진 피해 복구 때문에 천막이 둘러쳐 있었다. 벽돌 색깔과는 전혀 다른 빨간색 비닐 천막으로 정말 ‘가려만’ 놓은 느낌이었다. 여행자 입장에서 바간의 뷰를 망치는 흉물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불레디 사원에서만 2시간 정도를 있었고, 붉은빛 없이 그대로 어둑어둑해지자 이런 것도 비수기 여행의 맛이려니 하며 사원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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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려오자마자 아이폰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핏빛의 노을을 보았다. 너무나 새빨간 노을이 장대하게 펼쳐져 있어서 한순간 아찔했다. 노을은 약 5분 후에 사라졌다. 그리고 내일 다시 이 곳에 일출을 보러 오리라 다짐했다.


IMG_3485.JPG 사원에서 나오는 길. 이게 노필터라니


사원에서 나와 E-Bike를 타고 가니 금방 어둑어둑해졌다. 예전 제주도 스쿠터 일주를 했을 때에도 야간 운전은 최대한 자제했던 터라, 좀 무서워졌다. 초행길에 내비게이션도 없이 가로등도 얼마 없는 곳을 달리는 건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 해가 졌다 하나 겨우 6시 반 정도였기에 차들도 많고 어두워서 속력도 못 내고 무엇보다 가시거리가 짧아서 바이크에 익숙하지 않으면 꽤나 위험한 듯하다. 그렇게 최고속도 30km로 어둑어둑한 길을 달려 숙소로 향했고, 숙소 근처 식당에서 훌륭한 볶음면을 먹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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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바간 ‘블랙로즈’. 가이드북에 나온 식당은 웬만하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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