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불교문화 라는 월간지의 요청으로 "나의 불교 이야기"라는 주제로 기고하여 2026년1월호에 게개된 글이다.
https://www.buddhistcultur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44
1.
나의 불명은 법천(法泉)이다. 나의 어머니께서 인천 용화선원 송담스님으로부터 받아온 이름이다. 물론 어머니의 불명 원각등도 그러하다.
어머니는 용화선원에서 하안거 동안거를 여러 철 수행하셨다. 거처도 서울에서 인천 선원 앞 아파트로 옮기실 정도로 열심히 정진하셨다. 육순, 칠순, 팔순 잔치도 마다 하셔서 팔순 기념으로 그동안 불교 서적을 읽고 기도를 하시면서 공부하신 것을 노트에 기록해 두신 것을 책으로 엮어드렸다. 그 책과 또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말씀하시던 불교 용어들을 지금까지 조각 조각으로 주워담은 나의 불교 지식을 체계화 시켜보려고 이제 다니는 대원 아카데미의 강의에서 만나고 있다.
나는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남자가 늙어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없었다. 어머니가 건강이 약해지셔서 고생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인간의 늙어가는 과정을 배웠다. 어린 나이의 여인이 그 무거운 인생의 짐을 짊어지고 헤쳐 나오신 힘은 어머니가 말씀하시던 부처님에 대한 믿음에 의지해서였다. 나의 불교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어머니가 단독 서가에 당신이 읽고 공부하시던 불교 관련 책들을 모아두셨는데 이제 그 서가와 책들이 나의 서재에 놓여 있다. 얼른 눈에 띄는 대로 몇 권을 적어보면 장경각 출판의 성철스님의 선린고경총서 37권 (백일법문, 벽암록, 임제록 등 포함), 능엄경 硏獨. 육조단경, 보조법어, 화엄경, 법화경, 지장경, 신심명, 선가귀감, 몽산법어, 붓다 브레인, 禪과 정신분석 등이 있다.
2.
고교시절 나는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청춘의 시절 접하던 문학, 음악, 미술 모두 기독교 관련 스토리여서 종교보다는 문화적 호기심이 있었다.
제대후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며 인간의 삶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당시 다니시던 절에 가서 아버지를 추모하며 천수경, 반야심경 등으로 엮은 예불 책을 매주 독경하면 절을 했다. 딱 108배가 되게끔 짜져 있었다. 한여름 더위에도 땀을 흘리며 절을 했다. 그리고 서서히 불교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엔 주말에 뵙고 오면 단편적으로 말씀하신 불교 서적들을 뒤적이었고 돌아가신 뒤에는 왜 살아 생전에 그렇게 불교 수행을 열심히 하셨는지가 궁금하여 그 뜻을 알아보고 싶어졌다.
이제 대원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고, 어느덧 나의 서재 서가에는 초기 불교 경전부터 선불교 서적까지 가득 차 있게 되었다. 예전에 아끼던 책들은 이젠 모두 구석 방 서가로 옮겨가 있다.
3.
내가 졸업한 고등하교 동문들이 만든 불자회가 있다. 졸업 기수에 따라 차례대로 회장 임무를 맡다보니 어느새 내후년 내가 회장이 되게 되었다.
오랜 세월 기업 최고 경영자로서 몸에 밴 습성 때문인지 지금의 상태에서 조직이 성장하는 문화적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공부하는 불자 모임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아이디어이다. 대원 아카데미에서 수강한 내용들이 좋은 소재일 것 같다. 공부할 주재는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회원들이 습관처럼 보통의 종교 신자처럼 불교를 대하고 있는 의식을 어떻게 일깨우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불교를 단순히 기복을 바라는 토속적 행위로 보고 있는 점이 불만이었다. 불교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 석가 붓다의 놀라운 깨달음에서 출발하여 그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 감에 따라 종교로서의 세력화가 이루어졌으니 종교 의식을 따르는 신자가 늘어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행위가 불교의 전부가 아니며, 석가 붓다가 2,600년전 얻은 그 엄청난 깨달음을 배워야 함을 알아야 한다.
나는 불교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며 불교를 가볍게 대하는 일반인들의 인식을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왔다. 불교를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불교인들의 숙제인 것이다. 이런 바로잡음이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어야 석가 붓다의 가르침이 우리 사회가 성장하는데 철학적 바탕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세대가 구세대의 꼰대 종교라는 인식을 버리고 진솔한 신앙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4.
오늘날 서양에서 선풍적 관심을 끌고 있는 명상은 석가 붓다의 깨달은 방법이 발전하여 서양의 심리학자, 뇌과학자들에게 전해져서 서양식으로 재정리된 것으로 그것이 다시 본고장으로 역수입되어 왔다는 것은 주목해봐야 할 점이다.
원조의 사마타, 위빠사나, 아나바나사띠를 공부하고, 그리하여 마음챙김(mindful), 명상(meditation), 뇌과학의 기본모드신경망(default mode network)에 대한 이해 등 간의 연관성을 공부하여 근본 정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리하여 지금 여기에 머무르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키워 평정심을 얻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