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믿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Nov 11. 2024

오늘에 대한 예의

기도 제목들이 여전히 응답되지 않고, 꽉 막힌 절망스러운 현실이 지속되더라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형통한 사람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상황 속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물론 너무 힘들면 구약시대 욥이 토로했듯이,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살아온 지금, 그런 생각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지금 이 상황에서 내 인생이 '의미'를 가지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편이 낫다.


'형통'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를 잃지 않고 소망을 놓지 않는 삶, 비록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깊은 의미가 담겨 있음을 믿고 그 믿음으로 걸어가는 삶, 그 삶이 형통한 삶인 것이다.


형통한 삶이란 일이 잘 풀리면 감사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또 다른 길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믿음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어렵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영화감독 이정향은 <삶에 대한 예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당시엔 아픔과 절망의 시간이었을지라도, 한 사람의 인생이 시련과 고통으로만 점철될 리는 없다. 분명 보석 같은 순간들이 존재한다. 보물찾기 놀이처럼 어딘가에 분명히 보물이 숨어 있다는 걸 믿기만 해도 우리의 일상은 자주 반짝일지 모른다.


어떤 내일을 맞이할지라도 오늘을 원망으로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걸,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히 다뤄야 할 때란 걸 잘 알고 죽음이 다가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성을 다한다. 오늘에 대한 예의는 어제까지의 삶에 감사하는 것이다."

Amedeo Modigliani - The Young Louise, 1915
매거진의 이전글 답이 없는 인생의 문제 앞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