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레 드 발자크는 젊은 시절, '직업적인 시인이 되지 말고 시민적인 직업을 가지면서 부수적으로 글을 쓰라'는 조언에 이렇게 반박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에 나오는 글이다.
"내가 하나의 직업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끝장난 것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고용이 되어, 기계처럼 움직이고, 마치 서커스의 말처럼 서른 번, 마흔 번씩 같은 원을 그릴 것이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먹고 마시고 잠들 게 될 것이다. 나는 결국 세상에 흔한 평범한 사람, 쳇바퀴 도는 일상에 갇혀 영원히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것을 '삶'이라고 부른다."
발자크가 젊었을 때 한 말이라 그의 경험과 연륜이 녹아들어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일면 경청할 부분이 있다. 우리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여가를 보내며, 정해진 시간에 잠들고 밥을 먹는다. 같은 하루를 매일 반복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사는 것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발자크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가의 길을 택했다. 처음에는 실패도 겪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쓰고 또 썼다. 결국 밤새 글을 쓰기 위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건강을 해쳤고, 이것이 그의 생을 단축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그의 노력을 어찌 과소평가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나는 발자크만큼 치열하게 살았는지를. 지금 살고 있는지를. 앞으로 그렇게 살려는 의지와 용기가 있는지를.
부질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요즘, 발자크의 말은 내게 큰 도전이 되었다. 쳇바퀴처럼 도는 삶에서 벗어나는 길은 단순히 삶의 형식이나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부터 교정해야 한다는 깊은 깨달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