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밤을 지새운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공부는 왜 했는가? 남들이 선호하는 명문 대학을 가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나 자신을 돌아보면, 이 질문은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물음임에도, 정작 그 질문이 필요한 시기에는 묻지 않고 지나쳐 버렸다.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니 별생각 없이 따라갔을 뿐이다. 당연히 삶의 목표 또한 선명하지 않고 흐릿했다. 나이가 든 지금, 뒤늦은 후회가 밀려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내 주변에는 소위 명문대를 나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런 배경이 그들의 삶과 행복까지 보장해 주진 않는다. 명문대를 나왔다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일수록 자기애나 독단에 빠져 때로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기도 한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 깨닫고, 내 주장이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겸허한 자세를 배우기 위함이다. 따라서 배움이 많고 깊은 사람일수록 겸손하고, 아는 체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제법 많다.
작금의 사태는 우리 사회를 이끄는 리더들에게 이런 미덕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 일부는 이성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근거도 없는 미신에 의존하거나, 자기 확신에 빠져 도무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닌데도 마치 전문가처럼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니, 오류를 피할 길이 없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고집불통이라도, 책을 읽거나 최소한 신문이라도 하나 정해서 정독을 했다면, 자신이 얼마나 자기 고집에 빠져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지 모를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나라고 그들과 다를까? 글쎄. 별로 다르지 않다. 여전히 고집스럽고,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나만 생각하면서 사는 모습이라니... 나부터 하루하루 나 자신을 돌아보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