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분주하고 답답해진다. 정작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말이다. 임철우 작가의 <사평역>에 나오는 '손바닥 안에 움켜쥔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하릴없이 축소되어가고 있는 자기 몫의 삶의 부피를 안타깝게 저울질해 보는' 바로 그런 느낌이다.
한 달 뒤면 2025년, 새해가 온다는 사실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무뎌질 줄이야.) 변하지 않는 상황, 그것도 내가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굴러가는 상황에 몰리고 보니, 산다는 게 대체 뭐라고…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사평역>의 등장인물들도 ‘정말이지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자문한다.
하긴 세상에 사는 게 늘 즐거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마는. 애써 기분을 바꿔보려 노력해 봐도 별 무소용이다. 요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많아서일까?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상황에 대처하는 내 모습이 영 마땅찮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달이 가고 해가 바뀌는 것도, 모든 게 덧없게 느껴지는 것도 결국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시각각 떠오르는 생각을 마냥 지울 수는 없겠지만.
그나저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반납일이 코앞인데, 아무래도 다 읽지 못할 것 같다. 퇴근해서 넷플릭스 그만 보고, 이 책을 마저 읽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잘 될지 모르겠다. 집에만 가면 더 심한 의욕 상실에 빠지기 때문이다.
요 며칠 그냥 멍하니 TV 화면을 응시하다가, (그것도 별 재미도 없는) 잘 때를 놓치기 일쑤였다. 어쩌면 평소보다 책을 덜 읽어서 이러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아주 재밌는 책을 만나서 정신줄을 놓을 정도로 푹 빠져봤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