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록새록 그대에 대한 애착심이 더 깊어질 뿐, 이것이 곧 나의 유일한 생명선인가 하오. 허위만으로 얽힌 부평 같은 인생에서 순진한 사랑만이 오직 아름답고 행복할 것으로 믿어요. 물질에서 구하는 행복은 다만 인생의 가치를 저락시킬 뿐이오. 공명으로 인연된 행복도 허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믿어요.
물질과 영욕을 멀리하고 순결하고 진실한 사랑을 주고받으며 정신적으로 유쾌하고 만족한 생애를 누린다면 이것이 가장 숭고한 행복일 것이오. 미물이 아닌 사람의 당연한 의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오. 이렇다면 행복이라 하는 것은 곧 자기 마음 여하에 달렸을 뿐, 마음을 떠나 구할 곳이 없을 줄 믿어요.
<김성동 ㅡ 아내에게 보낸 편지 2>
<만다라>와 <국수>를 쓴 작가 김성동(1947 - 2022)이 '두 편으로 나누어 올린, 어머니에게 보낸 아버지의 연서'의 일부로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복원하고 싶어 쓴 글이다. 그의 아버지는 6.25 전쟁 중에 우익에게 처형당하고 가문은 몰락하고 말았다.
아버지 없이 커야 했던 작가는 가문의 쇠락만큼이나 세상 곳곳을 전전하며 모진 시절과 세월의 풍파를 견뎌내야 했다. 물론 남편을 잃은 그의 어머니는 두말할 것도 없다.
아버지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그리고 남편을 잃은 어머니가 얼마나 안쓰러웠으면 어머니의 안타까운 심정을 헤아려 마치 자기가 아버지인양 쓴 이 편지는 쓸쓸하지만, 어떤 글보다도 아름답다. 최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염려로 오직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수단이 되어야 할 '돈'이 목적이 되어 버리면 삶이 더 힘들고 각박해진다. 풍요와 행복은 자기 마음에 달렸지, 다른 어디에서 구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