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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믿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었다

by 서영수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에 나오는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노인은 험한 아마존 정글 한복판에서도 책을 읽으며 삶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개봉한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배우 야쿠쇼 코지) 역시 비록 더러운 화장실을 청소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지만, 늦은 밤 1000엔짜리 문고 서적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정화했다. 그들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비루한 현실 속에서도 삶의 소중한 의미를 찾으려 했고,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사람들이다.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겉으로 보이는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두 노인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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